경제
셰일 증산에 다시 꺾인 유가…조선업 회복에 걸림돌 되나
입력 2018-02-13 14:22 

조선업황 회복의 조건 중 하나인 국제유가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 이상에서 움직이던 국제유가는 지난주에만 약 8% 폭락하며 5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이에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까지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뒤 내년부터 정상적인 실적을 내놓겠다던 조선업체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다음달 인도분 WTI는 전 거래일보다 0.02% 오른 59.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주일 전인 지난 5일 WTI 가격은 배럴당 64.15달러였지만, 5거래일만에 7.7% 하락해 9일 59.20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WTI 가격이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9일이 처음이다.
이날 국제유가가 60달러대를 회복하지 못한 건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이날 미국 내 주요 셰일업체 7곳이 다음달에 하루 675만6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달보다 11만배럴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오름세를 보이던 WTI 가격은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며 배럴당 60달러선 회복에 실패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줄여 유가가 오르면 미국의 셰일오일 업계가 생산량을 늘리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로 회귀하는 현상이 반복된 것이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꺾이는 게 최근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며 업황 회복을 기다리는 한국 조선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중국보다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인건비 차이가 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2개의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싱가포르의 셈코프마린이 저가로 수주를 가져가며 국내 조선사의 가격 경쟁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며 "해양플랜트 발주가 나더라도 국내 선사의 수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선박 분야에서도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력이 부각될 수 있는 선종은 원유나 가스를 실어 나르는 선박이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경우 우리 조선업계는 독자적인 화물창·재액화 기술을 개발하고 발주시장 확대에 대비해왔다. 끓는점이 -192도인 LNG를 나르는 선박의 성능은 LNG의 기화율을 낮추거나 기화된 LNG를 다시 액화하는 데서 갈린다.
발주 가능성과 유가 사이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벌크선의 경우 국내 해운업체들조차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기도 한다. 실제 팬오션은 지난해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브라질 발레사로부터 따낸 철광석 운송에 투입할 초대형광석운반선(VLOC) 건조 일감을 중국 조선소에 맡긴 바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몇천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일감이 줄어들어 생산설비가 멈추면서 발생하는 고정비 손실 등을 반영한 결과다. 이에 정부는 최근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라도 일감을 따내 설비를 돌릴 수 있도록 저가수주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금융규제를 풀어줬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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