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특혜논란·노조반대 부담된 건 사실"
입력 2018-02-09 16:09  | 수정 2018-02-09 21:28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대우건설 인수포기 심경토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9일 대우건설 인수 중단과 관련해 매일경제 기자와 만나 정치권 연루설과 특혜설 등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그는 "그런 특혜 관련 소문과 노조 반대 등이 큰 부담이었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갑자기 불거진 대우건설 국외사업 부실 외에도 인수 결정 직후 불거진 외부의 논란 또한 인수 포기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호반건설은 지난 8일 오전 KDB산업은행에 인수 중단을 통보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내려놓았다. 7일 대우건설 연간 실적 발표에서 작년 4분기 국외 손실이 3000억원 규모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날 담담한 표정으로 회사를 나서던 김 회장은 인수 포기 배경을 묻는 질문에 "작년 4분기 실적이 갑자기 발표됐는데, 국외사업 손실이 그렇게 큰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3000억원은 호반건설 연 매출액 중 4분의 1 수준이다. 호반건설은 2016년 말 대우건설이 부실을 깨끗이 털었다고 밝혀 이 같은 큰 손실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국외사업에 대한 대우건설 측 자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고래를 삼키려던 새우의 야심은 고래의 큰 상처를 본 뒤 놀라 물러선 셈이 됐다.
김 회장은 인수 중단에 대해 "아쉽다"며 "다음 기회를 기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 재도전이나 다른 업체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로써 대우건설 '푸르지오' '써밋' 주택 브랜드와 국외사업 포트폴리오를 발판으로 업계 3위 건설사로 도약하려 했던 김 회장의 꿈은 일단 좌절됐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산업은행과 합의한 '진술과 보증' 조건이 대우건설 인수 포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통상 M&A 과정에서는 진술과 보증 위반 시 추후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인수를 하려는 기업이 매도자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인수는 손해배상 청구 방식 대신 M&A 보험 가입으로 진행됐다.
매각 주체가 산업은행이 세운 사모펀드(PEF)이기 때문에 펀드 청산 이후에는 손해 배상 청구 대상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대우건설 추가 손실에 대해 호반건설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여기에 추가 손실 발생 시 올라갈 고액의 보험료도 호반건설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발적인 채무가 발생하면 인수 조건에 따라 최대 3% 범위에서만 가격을 깎을 수 있고 그 이후엔 부실이 있어도 호반건설이 모두 떠안아야 했던 상황이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