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이어 英까지 긴축 선회…쏟아지는 악재에 세계증시 살얼음판
입력 2018-02-09 16:02  | 수정 2018-02-09 19:46
◆ 롤러코스터 증시 ◆
미국 증시가 곤두박질치면서 국내 증시도 반등 하루 만에 다시 새파랗게 질렸다.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8일(현지시간) 1000포인트 넘게 폭락하며 주가가 전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는 '조정기'에 들어섰다. 지난 5일(현지시간)에 이어 하루 하락률이 4%를 또다시 넘어서자 월가에선 "미국 증시에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되돌아왔다"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8일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032.89포인트(4.15%) 떨어진 2만3860.4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스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75%, 나스닥 지수는 3.9% 각각 떨어졌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전날보다 20% 오른 33.46에 달했다. 이날 다우지수는 오전까지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다 오후 들어 낙폭을 키웠다. 특히 오후 4시 마감을 앞두고 100포인트 넘게 밀리면서 지난 5일과 같은 막판 투매 장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지난 1월 26일 고점 대비 10.4%의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 주가 급락 여파로 펀드에 투자된 자금도 대거 이탈했다. 톰슨로이터 그룹 산하 리서치회사인 리퍼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상장지수펀드(ETF)와 뮤추얼펀드에서 모두 239억달러(약 26조원)가 빠져나가 이탈 자금 규모가 1992년 이후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빠져나간 자금은 대표적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향했다. 1~7일 MMF로 308억달러(33조6000억원)가 유입되며 시장 변동성이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증시의 변동성을 한층 키운 상장지수증권(ETN)과 프로그램 매물 부담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장 막판에 VIX가 30을 찍으면 기계적으로 매도가 이뤄지는 프로그램 매매로 인해 증시 낙폭이 커졌다. 또 변동성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은 ETN의 조기 청산도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마르코 피론디니 아문디파이오니어자산운용 주식 담당 헤드는 FT에 "증시 폭락의 단초는 지난 2일 국채금리 상승이었지만 ETN이 시장 기류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스와 JP모건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변동성에 연동된 각종 투자상품을 거래하는 트레이더들이 이번주에만 2000억달러(약 217조원)의 주식을 팔아치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로 인한 주식 투매가 증시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통화정책 기조가 예상보다 매파적인 것으로 나타난 점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BOE는 지난 8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와 자산매입 규모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키로 하면서도 "향후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좀 더 큰 폭으로 실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55%에서 1.62%로 급등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으로 국채금리 인상 파장이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전날 반짝 반등했던 국내 증시도 뉴욕 증시 충격으로 인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9일 2% 이상 하락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오후 들어 낙폭을 줄여 1.82% 떨어졌다. 코스닥 지수 역시 2.24% 동반 하락했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네이버 등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셀트리온만 시총 상위주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세를 나타냈다. 외국인이 하루 만에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약세장을 이끌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 상황이 악화되면서 설 연휴 전까지는 약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기관들이 설 연휴 전에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 주식 비중을 더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 센터장은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고 있지만 설 연휴 폐장 때 대응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기관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신헌철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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