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블라인드 채용 시행 반년됐지만…취준생은 여전히 `혼란`
입력 2018-02-09 15:34  | 수정 2018-02-10 16:08

성별, 나이, 학벌 등에 대한 편견 없이 오로지 직무수행 능력만으로 인재를 뽑는다는 '블라인드 채용'이 공공기관 전 부문에서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취업 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의 혼란은 여전하다. 자기소개서에 출신을 어디까지 적어야하는지, 어디까지 블라인드로 진행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작년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에서 의무화된 데 이어 민간기업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취업포털 '사람인'이 민간기업 222개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중 20.7%가 "올해 블라인드로 채용할 예정"이라 답했다. 지난해 사기업 9.5%만이 블라인드 채용한 데 비해 두 배 이상이다.
◆ 자소서에 어디까지 적어야 하나?…출신 대학 은근히 드러내기도
블라인드 채용이 기업 전반에 퍼지고 있지만 취준생들은 여전히 혼선을 겪고 있다. '스펙업' 등 각종 온라인 취준생 커뮤니티에는 "나이는 먹고 블라인드로 혼란스럽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이 사기업에도 확실히 적용되는 걸까요?" 등 고민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취준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자기소개서에 어디까지 적어야 하나?"이다. 이력서에는 성별, 나이, 출신학교 등을 적는 칸을 아예 빼버려 어려울 게 없지만 자신의 능력을 어필해야 하는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에는 어떤 내용까지 밝혀도 되는지 기준이 모호하다. 작년 하반기 블라인드로 채용을 한 기업에 지원했던 취준생 박 모씨(25)는 "인턴 경험을 쌓은 기업의 이름, 외국어고등학교 출신인 것 등을 자소서에 써도 될 지 많이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자소서에 신상을 암시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명시하지만 취준생들 사이에선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신상을 밝히는 게 이득이라는 의견도 있다. 커뮤니티에는 "실수로 자소서에 출신 대학명을 썼는데 합격했다", "메일 주소를 학교 메일로 적어내면 된다" 등의 면접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 블라인드로 나이·학교 숨겨도 면접에서 요구하기도
서류전형에서 블라인드로 편견 없이 뽑는다고 해도 어차피 면접에서 나이, 전공, 학벌 등이 드러난다는 주장도 있다. 면접관이 대놓고 물어보진 않아도 졸업 시기, 대외활동 시기, 대학 시절 수강했던 과목 등에 대한 간접적인 질문으로 나이와 전공 등을 알아낸다는 얘기다.
한 취준생 커뮤니티에는 지난 8일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해도 결국 나이가 다 오픈된다"며 "대외 활동은 언제 시작해서 얼마 동안 했냐는 질문을 받아 나이가 드러났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그럴 거면 블라인드는 왜 하는 것이냐", "나는 그래서 최근 4년 이내에 했던 대외활동만 말한다"며 비슷한 경험을 한 취준생들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디지털뉴스국 김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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