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문] 성폭력 폭로 시 '괴물'이 뭐길래…최영미 "그는 상습범이다"
입력 2018-02-07 07:28  | 수정 2018-02-14 08:05
[전문] 성폭력 폭로 시 '괴물'이 뭐길래…최영미 "그는 상습범이다"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최근 검찰과 정치권 내에서 성폭력 피해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문단에서도 성폭력 피해 폭로가 나왔습니다. 최영미 시인의 '괴물'은 문학적으로 폭로된 '미투'(Me too)인 셈입니다.

지난 6일 오후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영미 시인은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내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그는 상습범이다.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피해를 봤다.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는 93년 전후로 문단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다. 그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내가 문단이 이런 곳인지 알았다면 여기 들어왔을까 싶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음은 시 '괴물'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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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이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벨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벨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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