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재판부 향한 `야만적 비난`에 훼손되는 재판독립
입력 2018-02-06 16:0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 항소심 선고 후 정치권과 SNS를 중심으로 재판부를 겨냥한 근거없는 비난, 신상털기 등 법관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태가 또다시 자행되고 있다. 국정농단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건에 대해 선고가 나올 때마다 그 결과에 불만을 품는 진영쪽에서 나오는 비난이 오히려 사법부가 법리에 입각한 판단을 내리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때문에 김명수 대법원장(59·사법연수원 15기)이이같은 상황을 방치하지 말고 구체적 대안과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법원 안팎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장인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57·17기)를 파면해달라는 청원이 수백건 올라왔다. 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58)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에 대해 여러 가지 구설수가 있고, 삼성과 법관의 유착, '삼법유착'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이 단순히 재판장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친인척이라는 사실만을 들어 재판 결과가 왜곡됐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런 식의 법관과 판결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제기는 진보와 보수를 망라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적부심 신청을 인용한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53·19기)에게는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51·19기)과 같은 동향과 대학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난이 나왔다.
2010년에는 1심 재판부가 광우병 관련 PD수첩 보도 사건을 무죄로 선고하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76·고등고시 15회) 출근차량에 계란을 투척하고, 담당 판사의 집앞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였다.

이런 정제되지 않은 일방적 여론몰이가 법관들을 법리와 증거 외에 다른 요인을 판결 결과에 고려하게끔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 결정에 대한 의사 표시는 국민 모두에게 보장된 자유지만, 판사에 대한 파면요청이나 유언비어 유포, 인신공격은 재판부 독립을 침해하는 중대 범죄"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취임 후 법관 독립, 좋은 재판을 강조해온 김 대법원장은 또다시 사법부를 겨냥한 왜곡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법관은 어떠한 외풍과 압력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과 법률,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에 비하면 최근 그의 관망하는 모양의 대처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대법원장이 공개적으로 각 판사들이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고 있고 제기된 의혹 모두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법관의 독립과 법관의 양심에 따른 재판은 가만히 내버려 둔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면서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일선에 나서 외풍을 막고, 정치권과 국민의 뒷받침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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