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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새긴 마스크는 정치적 의미라고?
입력 2018-02-05 18:49  | 수정 2018-02-05 18:52
[ 사진 제공: 안영균 MBC스포츠플러스 PD ] 맷 달튼 선수의 충무공 이순신 마스크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의 마스크에 대해 올림픽기간 내 착용이 불가하다고 지난 2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달튼이 자신의 마스크에 새긴 '이순신 장군 그림'이 정치적 의미로 해석된다는 이유에서다.
캐나다 출신의 귀화 선수 달튼은 자신의 마스크 왼쪽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 그림을 새겼다. 그는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각오를 표현하기 위해 직접 이 그림을 요청해 넣었다. 하지만 달튼의 이순신 마스크는 평창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스포츠 업계 관계자 안영균 씨(31·MBC 스포츠플러스 PD)는 본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했다. 안 씨에 따르면 IOC는 달튼의 마스크에 그려진 이순신 장군 그림이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IOC가 판단한 정치적 의미는 민감한 한일관계에 따라 일본이 싫어할 수 있다는 것.
[ 사진 제공: 안영균 MBC스포츠플러스 PD ] 이순신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맷 달튼 선수.
안 씨는 지난 2일 매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달튼이 이에 대해 답답함을 표했다고 전했다. 달튼은 "헬멧을 못 쓰게 된다면 정말 슬플 것 같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이순신을 헬맷에 새기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안씨는 설명했다. 안 씨는 이어 "달튼이 '정치적인 문제로 연관 짓고 싶지 않지만 따라야 할 규정이 존재한다면 규정을 따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5일 매경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IOC가 과거 비슷한 사례를 언급하며 착용을 불허했다"면서 "과거 사례 없이 일방적으로 불허했다면 당연히 항의 하겠지만 전례가 있어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IOC의 규정에 맞게 마스크를 수정해 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IOC가 한일 관계를 둘러싼 '정치적 민감성'을 내세우며 규제를 가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때에도 한일 관계를 둘러싼 사안이 논란이 됐다. 남자 축구 박종우 선수의 '독도는 우리땅' 세리머니와 일본 체조 대표팀의 욱일기가 디자인된 유니폼이다. 하지만 당시 IOC의 조치는 달랐다. 박종우는 IOC의 진상조사를 받고 FIFA로부터 2경기 출전 정치 처분을 받았다. 반면 일본 체조 대표팀의 체조복은 '표현의 자유'로 인정했다.
달튼의 마스크에 대한 IOC 조치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스포츠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며 "국가 간의 대결이 아닌 스포츠 행사로서 순수하게 스포츠만 하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누리꾼은 "이순신 장군은 우리나라를 지킨 위인인데 정치적 이유를 삼으며 막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IOC가 일본 체조 대표팀의 욱일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표현의 자유'로 간주했던 것을 지적하며 "모순적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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