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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급등 공포에 亞연실색…코스닥 `브렉시트급` 충격
입력 2018-02-05 17:43  | 수정 2018-02-05 20:08
5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미국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로 뉴욕 증시 주요 지수가 일제히 급락한 것이 악재로 작용해 동반 하락했다. [김재훈 기자]
◆ 미국발 亞증시 한파 ◆
채권금리발(發) 미국 증시 급락의 충격파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를 강타하고, 미국 3대 주가지수 선물이 일제히 하락하는 등 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다우지수 선물은 4일(현지시간) 250포인트 이상 급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선물과 나스닥100 선물도 각각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증시의 추가 하락을 예고하는 시그널인 셈이다.
5일 미국 증시 급락에 따른 후폭풍이 아시아 증시 전체를 휘감았지만 주요 지수 가운데 코스닥지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코스피지수에도 급제동이 걸렸지만 코스닥시장보다는 충격이 훨씬 덜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29일 927.05를 기록하며 16년 만에 최고점을 경신했으나 이미 지난달 30일부터 조정이 시작돼 이날까지 5일 연속 하락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닥시장에서 6일째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매도 금액은 약 1조원에 달했다. 이날 코스닥지수 하락폭(-4.59%)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이 가해진 무렵인 2016년 6월 24일(-4.76%) 이후 가장 컸다.
지난달 말 장중 2600선을 넘어서는 등 기세를 올렸던 코스피도 다시 25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도 5일 연속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약세장을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 '복병'으로 주요국 금리 인상 속도를 꼽아왔지만 대체로 3월 이후에나 금리 이슈가 본격적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미국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른 데다 국제 유가·임금 등 물가 상승 요인까지 겹쳤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의 기준 금리 인상이 올해 최대 5번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시장에서 국채 금리가 먼저 치솟은 것이다.
월가에선 이번 폭락장이 9년 가까이 지속된 글로벌 증시 상승 랠리의 '종결 신호'라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 증시는 2015년 8월 이후로 별다른 조정기를 거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가 11개월마다 한 번씩 조정기를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지난해만 해도 다우지수는 무려 25%나 상승했고 올 들어 첫 4주간 8%가량 치솟을 정도로 숨 가쁜 랠리를 펼쳤다. 증시가 이렇게 쉬지 않고 달릴 수는 없다는 피로감이 확산되던 참에 임금 인상발 인플레이션 신호가 미국 채권 금리를 끌어올렸고 증시를 강타한 것으로 해석된다.
래리 글레이저 메이플라워어드바이저 애널리스트는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만약 10% 이상 증시가 폭락하는 조정 국면이 닥치면 시장 참가자들은 마치 20~25% 급락한 것과 같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물가가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글로벌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았다"며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면 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내재가치가 떨어지는 요인이 된다"며 "주식보다 채권으로 수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일(현지시간) 취임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입'을 당분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다음달 기준 금리를 올리더라도 파월 의장 입을 통해 시장에 확실한 방향성을 준다면 증시 패닉은 멈춰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가 레벌업(계단식 상승)되는 단계에서는 증시가 어렵게 마련"이라며 "특히 코스닥은 미래 성장성에 의존하는 시장이다 보니 금리 상승 시 할인율이 높아지는 단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 국채 금리가 2.8% 이상으로 오른 것을 두고 경기 호전보다는 비용 증가로 인식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며 "3월 미국의 금리 결정 때까지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정기를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또는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과 위험 관리에 집중하라는 조언이 엇갈린다.
윤지호 센터장은 "주식을 팔고 나가야 하는 조정이 아니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조정"이라며 "글로벌 경기 개선 수혜를 보는 소재, 산업 등 시클리컬 업종과 미디어, e-커머스 등 성장주를 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재홍 센터장은 "정책 수혜 기대감으로 오른 종목이나 여전히 고평가 상태인 제약바이오 업종 등은 추가 조정이 예상된다"며 "일단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되 증시 방향성을 확실히 지켜본 뒤에 매수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3일 퇴임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CBS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 범위의 상단 부근에 있다"고 평가한 뒤 업무용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도 "임대료에 비하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다만 옐런 전 의장은 주식이나 자산 가치 하락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미국 금융시스템에 과도한 피해를 가하지 않으리라는 게 연준의 전반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한 9년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 경기 확장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신헌철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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