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리 상승기 피난처…은행·철강株 뜬다
입력 2018-02-05 17:39 
한국 증시가 금리 상승 우려로 조정을 받는 가운데 은행·정유·철강 업종이 금리 상승기 '투자 피난처'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과 실물경기 호전이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이들 업종이 글로벌 긴축 국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나금융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3.5% 오른 5만3200원에 마감했다. 또 KB금융은 1.96% 오른 6만7700원, 기업은행은 2.09% 오른 1만71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이 1% 넘게 떨어지면서 조정을 받는 가운데 주요 은행주들은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흔히 정유주로 분류되는 GS(-0.74%), SK이노베이션(-0.75%) 등은 소폭 하락했지만 이날 코스피(-1.33%)보단 타격이 작았다.
증권사들은 금리 상승 시기에 대응하려면 시장금리 상승과 높은 상관관계를 지닌 은행 업종과 정유·철강주 등 경기 민감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상승할 때 가장 양호한 성과가 기대되는 것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주"라며 "업종별 성과와 시장금리 변화의 관계에서 은행이 가장 큰 민감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초 이후 시장금리 상승과 장단기 금리 차 확대가 이뤄지면서 은행주에 우호적 투자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금리상승기에 은행주가 높은 주목을 받는 것은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가중평균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작년 예대금리차는 1.9%포인트로 7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국내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 은행들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상승으로 금리 상승 수혜가 클 전망"이라며 "국내 은행들은 총자산 가운데 대출채권 비중이 78% 수준이라 금리상승기에 투자 매력이 확대된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들이 자산의 78%를 대출로 운용하고 있는 만큼 금리가 인상하면 대출금리도 오르기 때문에 그만큼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은행주는 대부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으로 낮은 편이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력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 은행들은 PBR가 0.6배 수준이기 때문에 상당히 낮은 데다 부실화할 자산도 거의 없기 때문에 매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정유·철강 등 자본재 업종도 금리상승기에 투자하기 적합한 업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장 연구원은 "정유·철강 등 자본재 업종은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실물자산과 관련 있는 업종"이라며 "양호한 경기지표를 바탕으로 인프라 투자 확대가 자본재 업종의 회복 흐름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높은 데다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이들 경기 민감주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연구원은 "정유 업종은 유가 반등이 나타나는 초기에는 정제마진이 하락하지만 20영업일이 지나면 원재료 상승분을 판매가격으로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정제마진이 반등한다"며 "철강금속 업종은 중국 철강가격 호조세와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대표적 업종으로 양호한 성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실물자산을 보유한 이들 기업은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 자산가치가 올라가게 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도 "정유는 석유제품 재고가 전년보다 크게 감소한 데다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정제마진 상승이 기대된다. 1분기 정제마진은 이미 전년보다 높다"며 "주가 하락은 적극적인 비중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수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개선되면서 극심한 저평가 종목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다"며 "이에 해당하는 곳은 정유, 화학, 은행, 증권, 비철금속으로 추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슬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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