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 "이명박 전 대통령, `국정원 특활비 수수` 주범"
입력 2018-02-05 15:31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수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5일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 직접 특활비 지원을 요구한 이 사건 주범"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4억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 조만간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이날 김백준 전 대통령 총무기획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5쪽 분량의 김 전 기획관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이 사건의 '주범'으로, 김 전 기획관은 그의 지시를 따른 '방조범'으로 적시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김성호·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2008년 4~5월께 2억원, 2010년 7~8월께 2억원 등 총 4억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청와대 근처 주차장에서 국정원 예산관으로부터 현금 2억원이 든 여행용 캐리어 가방을 건네받는 식으로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에게 '국정원에서 돈이 올 것이니 받아두라'고 직접 지시했다"며 "김 전 기획관도 이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기획관은 주범이 아닌 조력자 역할을 한 점, 가담 정도를 감안해 방조범으로 기소했다"며 "공여자나 기타 관계자 수사는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계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주범이라는 물증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반적으로 검찰 특별수사는 피의자를 기소해놓고 해당 범죄에 대해 증거를 수집하는 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수사를 할만큼 하고 입증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서 기소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기획관이 받은 특활비 4억원의)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밝힐 수 없지만 수수와 사용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는게 현재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의 압수수색 가능성에 대해 "여러 필요성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택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소환계획에 대해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으나 평창동계올핌픽 폐막일인 이달 25일 이후 소환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그가 전직 대통령 신분임을 고려해 서울중앙지검 첨수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다스 횡령 의혹' 관련 고발 사건 수사팀(팀장 문찬석 차장검사)의 다스 관련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 불러 한꺼번에 조사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인사들로부터 그가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수수하는데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의 재산과 집안 대소사를 오랫동안 챙겨와 'MB 집사'로 불린 김 전 기획관은 지난달 17일 구속되기 전까지 "국정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구속 이후 돈 전달에 관여한 국정원 예산관과 대질 조사 등을 거치면서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정원 자금을 보관하다가 대통령 수석실과 장관실 등에 '격려금' 조로 내려줬다"는 취지의 진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측의 요구로 특활비를 전용해 조성한 돈을 김 전 기획관에게 전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으로부터 "국정원에서 받은 1억원 가량의 미화를 이 전 대통령 내외의 미국 국빈 방문 전에 김윤옥 여사 측 행정관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측 인사로 알려진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도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해 국정원의 특활비 지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진언'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이현정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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