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명의료결정법' 병원 참여율 저조 "인프라 확충 노력"
입력 2018-02-05 08:43  | 수정 2018-02-12 09:05



4일 본격 시행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 시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연명의료결정법'에 참여하는 병원이 전체의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의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연명의료 거부 의사를 남길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나 연명의료 중단 결정과 이행 업무를 위해 필요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를 설치한 병원은 전체의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다더라도 윤리위가 설치된 병원에서 사망이 임박했다는 판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원하더라도 현 상황에서는 이행할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일 기준 전국 3천324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59곳에만 윤리위가 설치됐습니다.

최 의원은 "법 시행 초기라고 해도 윤리위 설치가 너무 저조하다"며 "윤리위가 없는 병원에서 임종기를 맞게 돼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원할 경우 윤리위를 구성한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해 설치 병원을 보다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복지부는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입니다.

박미라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윤리위 등록을 받았으나 아직 초기여서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행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현장에서도 아직 변화를 느끼기엔 미미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미 시범사업이 시행된 데다 법 시행 첫날이라고 해서 새로운 문의가 체감할 만큼 많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이날부터 연명의료계획서 등을 작성·등록하는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의 연명의료정보시스템 활용도 쉽지 않다고 의료진은 토로했습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연명의료정보시스템이 이날 0시에 열렸는데 등록하는 방법 등이 완벽히 공유되지 않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인인증서 등의 절차가 복잡해 우선 서면으로 등록한 뒤 천천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의료진 대상 처벌규정이 과도하다는 볼멘소리도 쏟아져 나옵니다.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문서를 허위 작성한 의사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초 복지부는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한 의료진 처벌규정을 1년 유예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해당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연명의료 중단이 신중하게 시행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현재는 의료진에 대한 처벌규정이 과도하다"며 "사전에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하지 못한 채 임종기에 처한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결정도 존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연명의료결정법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라도 처벌규정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연명의료결정법 준비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처벌규정 유예가 있어야만 의료현장에 적용하기가 더 수월해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절차가 완벽해질 뿐 아니라 현장에서 보완해야 할 점 등이 드러날 수 잇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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