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지자체금고 70조 양보없다…은행권 `혈투`
입력 2018-02-01 17:27  | 수정 2018-02-01 20:38
올해 새로 결정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공공기관의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은행들 간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한 해 예산만 32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금고를 필두로 연말까지 계획이 잡힌 입찰 규모만 70조원에 달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달 중 시금고은행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선정된 은행은 2022년까지 4년간 서울시 예산과 기금 관리, 세입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 등 세금 관련 업무를 맡게 된다. 올해 서울시 예산이 31조80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32조원대 금액을 굴릴 기회를 잡게 되는 셈이다. 인천시와 전라북도,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도 올 하반기 잇달아 새 금고은행 선정에 나선다. 서울을 포함해 이들 5대 광역자치단체 예산만 총 54조원에 육박한다.
주요 공공기관의 주거래은행 입찰도 잇따른다. 국민연금이 오는 13일까지 국내외 외국환 거래 출납과 외화금고계좌 개설 등을 도맡는 외화금고은행 선정을 위해 주요 은행들에서 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다. 오는 8월에는 국세청의 간편사업자 부가가치세 국고수납 대행을 시작으로 한국철도공사, 한국서부발전 주거래은행까지 하반기에 입찰이 몰려 있다.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 주거래은행을 꿰차고 있는 은행만 놓고 보면 지자체는 농협이, 기관은 우리은행이 강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협이 맡고 있는 광역·기초자치단체는 일반회계를 맡는 1금고와 특별회계인 2금고를 통틀어 총 21곳으로 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광역자치단체도 인천(2금고), 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세종시(1금고)까지 차지하고 있다.

서울은 예외로 우리은행이 1915년부터 무려 100년 넘게 시금고 자리를 독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10년째 신한은행이 맡고 있던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자리를 차지한 데 이어 올 초 주택도시기금 간사 수탁은행까지 차지하며 기관영업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기존에 보유한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국민연금 외화금고은행 등을 합치면 우리은행의 기관고객은 110곳을 넘는다.
지자체나 공공기관 금고를 맡은 은행들이 가져가는 유·무형적 이익은 상당하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자금 관리 과정에서 받는 수수료를 낮추거나 아예 받지 않을 때도 많지만 이를 감안해도 '○○기관 금고 경험'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기관영업 덕분에 생기는 부수적인 거래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이득이라고 은행들은 설명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당 기관 임직원과 가족이라는 신용등급 높은 우량 고객의 개인 거래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만큼 개인 시장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관영업 1등 은행을 자부하는 우리은행 손태승 행장은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서울시금고 재유치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임직원에게 신신당부했다. 허정진 기관 담당 집행부행장 등 관련 임직원들도 "반드시 서울시금고를 지켜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KB국민은행에 경찰공무원 대출 사업권, 우리은행에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자리를 내준 신한은행은 기존에 개인그룹 안에 있던 기관영업 부문을 별도 기관영업그룹으로 확대 개편하고 '영업통'으로 유명한 주철수 부행장보를 그룹 수장으로 임명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김태성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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