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철강업계, `보릿고개` 조선·차 업계 상대로 가격 올릴 수 있나?
입력 2018-01-30 15:53  | 수정 2018-01-31 16:08

철광석·원료탄 등 철강 원재료 값이 지난해부터 상승 추세를 보여 철강업계는 올해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조선 업계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가격인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30일 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서비스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초 t당 59.26달러이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 26일 75.47달러까지 올랐다. 석달여만에 27% 가량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원료탄 가격도 t당 177달러에서 214달러로 약 21% 상승했다.
겨울 들어 철강 원재료 가격이 오른 건 중국에서 춘절 연휴를 전후로 재고 확충에 나서는 중국 제조업체들에 줄 물량을 준비해야 하는 철강업체들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철강업계는 조선·자동차 업체를 상대로 한 올해 상반기 공급 가격 협상에서 이 같은 원가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수요업계가 가격을 올려줄 여력이 있느냐다.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의 최대 수요처인 조선업계는 아직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각각 수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후판 값이 오른 것도 조선업체들이 밝힌 손실의 이유 중 하나였다. 아직 지난해 결산을 마치지 않은 대우조선도 영업적자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11월 철강업체들은 지난해 상반기 조선업체에 공급한 후판 가격을 t당 5만원 가량 올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올린 가격으로 알려진 t당 65만원도 원가에는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국내 철강업체들이 조선업체들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이 중국산 후판보다 저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저도 철강업체들이 유통업체들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을 올리는 압박을 한 뒤에야 관철시킨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임직원들 반납한 임금으로 철강 값을 치르게 생겼다"며 "업황 회복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후판 값을 올려줄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고부가 철강재인 냉연강판을 많이 쓰는 자동차업계도 사정이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년만에 가장 적은 4조5747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과 판매대수가 각각 11.9%와 6.4%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GM의 판매대수는 12.2%, 쌍용차는 7.8% 감소했다.
특히 현대·기아차와의 자동차용 강판 거래비중이 절대적인 현대제철의 상황은 암울하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자동차업체에 공급하는 냉연강판 가격을 t당 6만원 올렸지만, 현대제철이 현대·기아차로부터 받는 가격은 그대로다.
박종국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판매량과 실적 회복이 가시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제철의 적극적인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을 전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3420억원을 제시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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