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지현 검사 "선배 검사에 성추행 당하고 법무부 간부가 덮어"
입력 2018-01-30 10:25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지현 검사. [자료출처 JTBC]

8년 전 자신의 성추행 피해 상황을 밝힌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29일 한 뉴스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상황을 고발했다. 이에 정치인들과 방송인들은 물론, 국민들도 응원을 보내고 있다.
서 검사는 지난 26일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2010년 10월 30일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검사에게 강제 추행을 당했다"며 "해당 사건 이후 갑작스러운 사무 감사를 받으며, 그간 처리했던 다수 사건에 대해 지적을 받고 그 이유로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았으며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어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서 검사는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했던 2010년에 문제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이야기를 꺼내려 하는 과정에서 주위로부터 '힘내라'는 반응을 얻었다"며 "직접 내가 성폭력의 피해를 입었음에도 8년 동안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에 대한 자책이 컸다"고 털어놨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2010년 10월에 장례식장에 참석했는데 안 모 검찰 간부가 동석했다. 나는 옆자리에 앉았고 시간 오래 지났지만 떠올리기 힘든 기억이다. 그 간부가 옆자리에 앉아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여러 차례 했다. 그 간부는 법무부에 근무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서 검사는 문제제기를 해봤지만 최소한의 사과는 커녕 사무감사 지적에 이어, 기수에 맞지 않은 발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상에서는 '안 모 검사'로 밝혔지만 이미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라고 실명이 다 공개된 상태다. 안 검사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낼 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의 '돈봉투 만찬' 파문으로 지난해 6월 면직처분을 받았다.
이에 안 검사는 "오래전 일이고 문상 전에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에 없지만 그런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그 일이 검사인사나 사무감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안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 사실을 덮은 장본인이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으로 지목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과거 MB정권 시절 서울 중앙지검장을 지낸 그는 TK·고려대 출신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다. 과거 광우병 사태가 벌어졌을 때 PD수첩 제작진들을 수사한 바 있다.
최 의원은 자신이 '검사 성추행' 사건을 은폐했다는 주장에 대해 30일 설명자료를 통해 "사건 내용을 알지 못했고 무마하거나 덮은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자료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한편 이 사건 관련 30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 진행자는 서 검사의 성추행 폭로에 대해 "역사적 이정표 같은 인터뷰였다. 힘든 인터뷰로 인해 같은 처지에 있는 여성들에게 위로와 격려, 용기를 줬다"고 평가했다.
정치인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지현 검사의 용기, 더 많은 숨은 피해자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30일 오전 9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검찰 내 성폭력 조사와 성폭력 가해자의 파면을 요청한다"는 서지현 검사 관련 청원 글이 30여건 이상 올라와있는 상태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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