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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신인왕 명맥 끊긴 엘롯기 동맹
입력 2018-01-30 05:59 
타이거즈의 유일한 신인왕 수상자로 남아있는 이순철 SBS해설위원.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 선동열 국가대표 감독은 신인왕 출신이다?라는 퀴즈를 냈을 때 의외로 많은 야구팬들이 헷갈려 하는 것을 봤다. 그리고 선 감독이 신인왕을 수상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팬들도 의외로 많았다. 정답은 ‘신인왕을 수상하지 않았다이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1985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하기까지 선동열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해태와의 입단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실업팀인 한국화장품과 계약하는 등 진통을 겪는 끝에, 결국 해태 유니폼을 입게 됐고, 1985년 후반기부터 등판했기 때문이다. 그해 신인왕은 99경기에서 타율 0.304 12홈런 50타점 31도루를 기록한 선동열의 입단동기 이순철(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이었다.
그런데, 이순철 해설위원은 해태에서 KIA로 이어지는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신인왕으로 남아있다. 타이거즈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 명문팀이다. 지난 2017시즌까지 36차례 열린 한국시리즈를 11차례나 제패한 전통의 강호다. 이런 명문 구단에서 신인왕이 단 한 명만 배출됐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신인왕은 평생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상이다. 1982년부터 2017년까지 프로야구 ‘신인왕은 총 35명이 있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을 제외하면 매 시즌 신인왕이 탄생했다. KBO의 표창 규정 제7조(KBO 신인상)를 보면 올해 입단 또는 처음 등록한 선수를 비롯해 올 시즌을 제외한 최근 5년(2012년 이후 입단 및 등록 기준) 이내 기록이 투수 30이닝, 타자 60타석을 넘지 않는 모든 선수가 신인왕 수상 대상이라고 규정돼 있다. 최근 프로야구 신인왕의 트랜드는 중고신인이 대세다. 2008년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현 KIA) 이후 2016년 넥센 히어로즈 신재영까지 모두 중고신인왕이었다. 중고신인이라는 얘기는 당해 입단한 신인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해 넥센 이정후가 신인왕에 등극하며 10년 만에 순수 신인왕이 탄생했다.
팀 별로 신인왕 분포를 살펴보면 두산과 삼성 그리고 현재는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삼미·청보·태평양 시절 포함)가 각각 6명씩으로 가장 많은 신인왕을 배출한 구단으로 기록돼 있다. LG(MBC 포함)가 5회, 한화(빙그레 포함)가 3회 신인왕을 탄생시켰다. 넥센과 NC는 각 2명의 신인왕을 배출했다. 앞서 언급한 KIA는 1명, 그리고 삼성과 더불어 원년부터 구단명이 바뀌지 않은 롯데 자이언츠도 1명이다. 해체된 쌍방울 레이더스도 1명이고, SK와이번스도 1명이다. 2015년부터 1군 무대에 진입한 kt위즈는 아직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롯데의 유일한 신인왕인 염종석 전 투수코치. 사진=MK스포츠 DB
이중 재밌는 사실은 신인왕 부문에서도 묘하게 엘롯기 동맹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구단으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LG 롯데 KIA라 흔히 엘롯기 동맹이라 부른다. KIA와 롯데는 앞서 언급한대로 신인왕 배출 수에서도 1명뿐이라 이런 해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신인왕을 5명이나 배출한 LG까지 동맹으로 끼어 넣는 건 무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신인왕을 배출한 기간을 보면 동맹이 맞다. KIA는 1985년이 유일한 신인왕 배출시즌이다. 롯데는 1992년 염종석(전 코치) 이후 25년째 신인왕이 나오고 있지 않다. 공교롭게도 롯데의 가장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시즌이기도 하다. 당시 부산고를 졸업하고 롯데에서 데뷔한 염종석은 17승9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3으로 롯데 우승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LG의 가장 최근 신인왕은 1997년 이병규(현 코치)다. 신인왕이 나온지 22년이 넘었다. 재밌는 사실은 당시 LG는 신인왕의 산실이었다. 이병규 이전만 놓고 봤을 때 전신 MBC청룡 시절인 1986년 김건우(현 평택 청담고 감독), 1988년 이용철(현 KBS 해설위원)에 이어 LG로 간판을 바꾸고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한 1990년 김동수(현 스카우트 총괄),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94년 유지현(현 수석코치)이 신인왕 수상자였다. 그러나 1997년 이후에는 신인왕이 나오지 않고 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암흑기를 거친 탓도 있다. 그나마 LG는 2011년 9승을 거둔 우완 임찬규가 신인왕에 가장 근접했지만, 삼성 외야수 배영섭에 밀렸다.
2016시즌을 끝으로 은퇴, 2017년 해설위원을 역임한 뒤 올해부터 LG코치로 합류한 이병규 코치. 이 코치는 LG가 배출한 5명의 신인왕 중 가장 최근인 1997년 신인왕 수상자다. 사진=MK포츠 DB
롯데도 역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하위권 단골손님에 머무르는 암흑기를 거치며, 신인왕 배출과 거리가 멀었다. KIA는 얘기가 다르다. 2000년대 중반 두 차례 최하위로 떨어지긴 했고,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지만, 11차례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강팀이었기 때문이다. 이순철 이후 신인왕에 가장 근접했던 이는 1993년 이종범(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다. 하지만 이해 삼성 양준혁(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에 밀렸다. 대신 이종범은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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