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건축의 힘` 과천…10년전 데자뷔?
입력 2018-01-29 17:39 
경기도 과천시 3기 재건축으로 꼽히는 주공5단지(오른쪽)와 2기 재건축인 `과천 래미안 센트럴 스위트`(주공7-2단지) 전경. [김강래 기자]
과천 아파트값 상승폭이 강남4구를 추월했다. 청약을 앞둔 재건축 단지가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하고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집값을 끌어올렸다. 재건축의 힘이 서울 강남권을 넘어 과천으로 손을 뻗은 것이다. 과천 1기 재건축이 본격화하면서 전국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던 10년 전 현상과도 유사하다.
29일 부동산114 주간 수도권 동향에 따르면 과천 아파트값은 1월 넷째주 조사에서 전주 대비 2.53% 올랐다. 수도권 전체 변동률 중 1위다. 경기도권인 분당(0.65%)은 물론 서울 강남4구 중 가장 높은 변동률을 보인 강동구(1.31%)보다도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서울은 0.43% 수준이다. 과천 상승률은 지난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1%를 넘은 적이 없다.
과천 아파트값은 연초부터 심상치 않았다. 3기 재건축 단지들이 닻을 올리면서다. 과천은 크게 1기, 2기, 3기 재건축으로 분류된다. 2000년대 말 입주를 완료한 옛 주공 3단지(래미안슈르)와 11단지(래미안에코팰리스)가 1기다. 2010년대에 사업을 추진하고 올해 분양을 앞둔 주공 1·2·6·7·12 단지가 2기로 불린다. 3기는 이제 재건축을 본격화하는 주공 4·5·8·9·10단지다.
3기 재건축 중 선두주자인 과천 주공 4단지는 지난 22일 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했다. 조합 설립 총회 개최 소식이 전해지면서 과천 아파트값은 1월 둘째주에 전주 대비 0.95% 뛰었다. 김기원 주공4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위원장은 "2월 말께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번주 청약을 받는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주공 7-1 재건축)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2955만원으로 결정되면서 시세는 더욱 급등했다. 2955만원은 과천 역대 최고 분양가다. 2016년 5월 3.3㎡당 평균 2678만원에 분양한 '래미안 센트럴스위트'(주공 7-2 재건축)가 기존 최고 가격이었다. 1년 반 만에 분양가가 3.3㎡당 300만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 분양가가 결정되면서 래미안슈르가 최고 8000만원 상승하는 등 인근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재건축은 그동안 여러 차례 위기에 빠진 과천을 구한 '해결사' 역할을 했다.
2002년 말 참여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과천 집값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1기 재건축 호재를 업고 1차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참여정부 5년간 과천은 전국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참여정부 5년간(2002년 12월~2007년 12월) 과천 아파트값 상승률은 94.5%였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34%)의 2.8배다. 과천은 이 기간 동안 강남3구를 비롯한 '버블 세븐' 지역도 압도했다.
이후 과천은 2012년 '세종시 쇼크'로 인해 공무원 수요가 대거 이탈하면서 역대 최저 집값을 찍었다. 부동산114 기준 과천의 3.3㎡당 평균 매매 시세는 2006년 말 최고점(3695만원)에서 2012년 말 최저점인 2340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아파트 노후화까지 겹치면서 분위기는 더욱 악화됐다. 그러나 2기 재건축 사업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과천 부동산 시장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3기 재건축의 힘으로 또 한번 상승세를 탄 과천은 이제 역대 최고점 회복을 향해 달리고 있다. 26일 기준 과천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3452만원이다. 전주인 1월 19일에는 3367만원이었다. 한 주 사이 3.3㎡당 가격이 100만원 가까이 올라 현재와 같은 추이를 이어간다면 올해 안에 12년 전 최고점을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5월 말 과천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3074만원이었다. 실거래가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래미안슈르 전용 59.97㎡는 이달 8억원에 거래돼 역대 최초로 8억원대에 진입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 전 단계에 있는 3기 재건축 단지들은 거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GTX 완공 후에는 과천 일대가 삼성역에서 2정거장 거리라는 것도 호재"라고 말했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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