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간편식에 명절음식 세트까지....설선물이 달라진다
입력 2018-01-28 14:23 

설 선물이 사회·기후 변화의 물결을 타고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의 대세로 떠오른 가정간편식(HMR)은 설 선물로도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위해 부드럽게 만든 '연화식'도 설 선물로 출시됐다. 여기에 한반도 온난화 현상의 여파로 인기선물 사과의 산지도 경북에서 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올해 설 선물세트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백화점 업계 최초로 가정 간편식 선물세트 판매에 나선 신세계백화점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그간 구이용으로 손질한 생선, 간편 육수 등을 내놓긴 했지만 가정간편식 선물세트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반키친 가족한상 세트' 등 신세계푸드의 제품을 주력으로 다양한 상품을 준비했다. 1~2인 가구와 명절음식 조리를 번거로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점을 노린 판매 전략이다.

부위별로 얼마나 신선한 고기를 판매하는지가 중요했던 인기 제품 '한우' 역시 간편식 대세에 동참했다. 갈비찜·소불고기 등을 조리하기 쉽게 양념을 함께 넣은 제품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갈비찜용 부위에는 갈비 양념, 불고기용 부위에는 불고기 양념을 함께 넣어주는 식이다. 김선진 신세계백화점 식품생활담당 상무는 "최근 1~2인 가구의 증가 속에 설 선물을 주고받는 개인 수요도 함께 늘어났기 때문에 가정간편식에 대한 선호가 기대 이상으로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완전 조리한 명절 음식을 배송해주는 '한상차림'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상품 종류는 총 15가지로, 전·나물 모듬세트와 소갈비찜, 잡채, 소고기뭇국 등 다양한 메뉴를 조합해 구성했다. 설 연휴 직전인 2월 13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주문을 받고, 상품 수령 전날 요리해 15일까지 집으로 직접 배송해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반찬 매장의 명절 선물세트 판매기간 매출이 한해 평균을 30%이상 웃돌 정도로 조리된 음식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며 "명절 식사도 간소화하고 직접 요리하기 보다는 완성된 요리를 받아 보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예 실버푸드를 표방하며 나온 설 선물세트도 있다. 현대그린푸드가 지난 26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더 부드러운 선물세트'가 대표적이다. 연화식은 일반 음식과 맛이나 모양이 똑같지만, 훨씬 부드럽게 만들어 씹거나 삼키기 좋게 만든 음식이다. 가정간편식 형태로 연화식이 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우 갈비찜, 돼지 등갈비찜, 한우 꼬리찜 등이 주요 메뉴다. 대부분 2~3시간은 조리해야 하는 음식이지만 전자레인지에 5~6분 데우는 것 만으로 조리를 끝낼 수 있다.
한반도 온난화로 국내 과일의 산지가 북상하면서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과일의 브랜드도 바뀌고 있다. 이마트가 최근 출시한 '강원 임계 사과' 등 강원도산 사과 선물세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에 이어 대형마트 가운데선 처음 나온 강원도 사과 선물세트다. 평균 기온 상승으로 강원도 사과 재배는 점차 활발해지는 추세다. 특히 고랭지 지역 사과는 특유의 단단하고 아삭한 식감, 높은 당도로 일반 사과보다 10% 가량 비싼 고급 사과로 인정받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강원도 사과의 물량이 아직 적은 상태지만 최근 5~10년새 평창·양구·영월·정선 등 산지가 늘면서 재배면적이 커지고 있다"며 "남쪽 지역의 기후가 올라가면서 일교차가 커야 맛있어지는 사과 등의 산지도 점차 북상하고 있어 강원도 사과를 대형마트 최초로 선물세트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0년만 해도 이마트 사과 선물세트의 산지는 영주, 문경, 안동 등 경북 지역이 90%, 충남 예산이 10%를 차지했다. 올해 설에는 청송, 밀양, 장수 등 고랭지 사과가 12%로 소폭 증가하고 강원도 고랭지 물량이 1%로 처음 등장했다. 평야지역인 예산의 물량은 7% 가량 감소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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