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폭스바겐, 원숭이 가스실 실험 파문
입력 2018-01-28 14:22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스캔들을 일으켰던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과거 원숭이를 대상으로 가스실 실험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NYT)는 25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이 지난 2014년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위치한 민간 의학연구소인 러브레이스호흡기연구소(LRRI)에서 이러한 실험을 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원숭이 10마리를 하루에 4시간 동안 바깥 공기를 차단한 실험실에 가둬놓고 폭스바겐의 디젤차량 '비틀'의 배출 가스를 맡게 했다. 실험 목적은 디젤 차량이 배출가스량이 줄어들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걸 입증하려던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유럽보다 배출가스량을 더 엄격하게 제한한 미국에 디젤 차량을 판매할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 실험은 폭스바겐, BMW, 다임러 등 독일 자동차 업체들과 부품업체 보쉬가 자금을 지원해 만든 '유럽 운송분야 환경보건연구그룹'(EUGT)의 의뢰로 이뤄졌다. 이 단체는 독일 자동차 업계의 요구사항을 받아 연구소나 학자 등에게 연구를 위탁하는 역할을 해왔다.

LRRI의 실험 결과나 원숭이들이 그 뒤 어떻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1년 뒤인 2015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드러나면서 EUGT는 2017년 해체됐고, LRRI도 진행 중이던 연구를 중단해야만 했다.
NYT는 당시 실험 차량에 이미 배출가스 조작장치가 달려있어 측정치 보다 더 많은 양의 매연이 배출됐지만, LRRI 연구진은 이를 모른 채 실험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은 27일 독일 DPA를 통해 "당시 택한 과학적 방법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처음부터 그런 방식의 실험을 포기하는 게 더 좋았다고 본다"고 사과했다. 폭스바겐은 모든 형태의 동물학대에 대해 반대한다며 "이런 나쁜 행동과 일부의 잘못된 판단들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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