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추적] 또 '드라이비트' 공법이 피해 키워…제천화재와 판박이
입력 2018-01-27 19:30  | 수정 2018-01-27 20:27
【 앵커멘트 】
얼마 전 제천 화재에 이어 또 대형 화재 참사가 났다니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취재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이수아 기자, 이번 화재로 지금까지 희생자만 37명입니다. 피해를 키운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뭡니까?

【 기자 】
오늘 경찰 브리핑에 따르면 희생자 가운데 불에 탄 사람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화재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이 불이 2층으로 번지지는 않았다고 말한 것과도 일치합니다.

다만 응급실 내부 CCTV 화면에서 봤듯이 불이 난 뒤 순식간에 병원 안이 까만 연기로 가득 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결국 유독 가스가 건물을 타고 올라가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2 】
결국 대부분 희생자가 질식사했다는 얘기인데, 유독 가스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기 시작한 겁니까?

【 기자 】
일단 건물의 외장재가 문제였다는 게 유력한 의견입니다.


화재가 난 세종병원의 외장은 이른바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해 마감됐는데요.

'드라이비트' 공법은 '빨리 마른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하면 외벽에 단열재를 붙이고 그 위에 시멘트를 덧바르는 간단한 시공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시공 기간도 많이 단축할 수 있고, 비용도 1/3 정도로 저렴합니다.

단열재로는 다양한 재료가 쓰이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바로 스티로폼입니다.

그런데 이 시공법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외벽의 스티로폼을 타고 불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지는데다 스티로폼이 타면서 맹독성 물질이 만들어집니다.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인 셈입니다.


【 질문3 】
드라이비트 공법은 얼마 전 제천 화재 때도 문제가 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맞습니까?

【 기자 】
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시공 비용이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1990년대 초부터 건물 대다수에 사용됐습니다.

실제 최근 있었던 많은 건물 화재에서 드라이비트가 도마에 올랐는데요.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 1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 그리고 말씀하신 지난달 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있습니다.

【 질문4 】
벌써 몇 년 전부터 이 시공 방법에 문제를 발견했다는 얘기인데, 관련 정부 규제가 전혀 없었던 겁니까?

【 기자 】
물론 정부도 드라이비트 공법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긴 했습니다.

지난 2015년 9월, 관련 법령을 개정하면서 병원과 노인·어린이가 사용하는 시설에는 규모에 관계없이 드라이비트 외장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에 대해서는 손을 쓸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지금 보시는 문서가 화재가 난 세종병원의 건축물 대장인데요..

보시다시피 신축 일자가 1991년 7월 27일입니다.

법이 개정되기 거의 25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라는 얘기인데, 사실상 규제가 어려웠던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질문5 】
외장재 말고도 피해를 더 키운 다른 요소가 있을까요?

【 기자 】
아무래도 일반 건물보다는 병원에서 화재가 났다는 점이 화를 키웠습니다.

우선 알콜 등 가연성 물질과 각종 의료장비 등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역시 불에 타면서 각종 유독 물질을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고요.

게다가 세종병원은 응급실에 입원실까지 갖춘 꽤 규모가 큰 병원입니다.

매트리스부터 각종 담요와 옷가지까지 탈 물건이 많았던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불에 타는 물질이 곳곳에 있다 보니 외장재와 함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병원에서는 플라스틱과 폴리에스텔 등 독성이 강한 내장재를 쓴다는 점도 염두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

【 앵커멘트 】
네, 새해에도 끊기지 않는 대형 화재 소식에 불안한 마음이 생깁니다. 이제 더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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