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 빚을 갚지 못한 채무자에 대한 법원의 감치 결정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2금융권에서 감치의 사전 작업인 '재산명시 신청'이 늘고 있다. '밑져야 본전' 식의 무리한 채무 독촉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사집행법상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명시를 신청할 수 있고 채무자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최대 20일까지 감치될 수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2금융권(카드사+캐피탈+보험사+저축은행)에서 법원에 신청한 재산명시 건수는 카드사 2만4340건(전년 1~12월 3만5866건), 캐피탈 1077건(816건), 보험사 1003건(1443건), 저축은행 558건(803건)으로 총 2만6978건(3만8928건)에 달했다. 이는 지방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의 4770건(2182건) 대비 6배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전체 금융권에서 2금융권의 재산명시 신청이 많은 것은 시중은행 대비 '평판 리스크'가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이유로 빚을 받아내기 위해 '한 번 찔러나 본다'는 식의 추심 관행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재산명시제도는 빚을 갚을 여력이 있음에도 갚지 않는 악성 채무자들의 상환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불황으로 돈을 떼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채무자를 더욱 옥죄는 수단으로 남발, 되레 사회적 약자 등 취약계층의 감치 결과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에 따르면 생계로 인해 주소지와 다른 곳에 거소하는 일용직 노동자 등이 불가피하게 재산명시 불이행으로 구치소에 감치되고 있다. 재산명시에 대한 소명을 법원에 나와 해야 하지만 재산명시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과 먹고 살기 바쁘고 생업 때문에 실제 거주하는 곳이 달라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법연감을 보면 2016년 법원의 감치 결정을 받은 2만7505명 중 재산명시 불이행자 감치가 절대 다수인 2만7261명으로 99.1%에 달했다. 또 재산명시 불이행에 따른 감치 결정이 2012년 1만8916명, 2013년 2만2599명, 2014년 2만1503명, 2015년 2만4896명, 2016년 2만7261명으로 증가세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들어 법원의 감치 결정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자신이 감치될 처지에 놓여있음에도 소득이 불안정하고 법 지식이 전무, 속수무책으로 감치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사들이 대량의 채권을 추심하고 시효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절차가 간편한 재산명시신청을 남발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생계로 인해 주소지와 다른 곳에 거소하는 일용직 노동자나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 등 영세한 채무자들만이 감치제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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