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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 비난 키우는 넥센의 안우진 징계
입력 2018-01-23 14:50  | 수정 2018-01-23 15:04
넥센이 고교시절 폭력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신인투수 안우진(사진)에 대해 자체징계를 내렸으나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은 상황이다. 사진=넥센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휘문고 3학년이던 지난 해 후배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안우진(19)에 대해 넥센 히어로즈가 50경기 출전정지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징계 발표 이후 오히려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본질을 바라보지 못한 채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징계라는 것이다.
넥센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교 재학시절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2018 신인투수 안우진에 대해 자체 징계를 내린다”며 2018시즌 정규시즌 50경기 출전정지 처분 및 2018년 1,2군 스프링캠프 명단 제외 조치를 알렸다. 이로써 안우진은 소속팀이 생겼지만 캠프는 물론 시즌 초반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게 됐다.
고교시절 선수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진 안우진은 넥센 입단 후 이렇다 할 조치 없이 시간을 보내다 최근 신인 오리엔테이션 때 반성 없는 인터뷰가 논란이 돼 야구계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넥센은 여론악화를 우려해 뒤늦게 자체징계라는 진화에 나섰지만 내용과 형식, 시기 면에서 야구팬들의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넥센의 이날 자체징계는 시기가 늦은 것은 물론 내용 또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우선 사건이 알려진 것은 한참 전인데 고교시절 벌어진 일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가 급하게 땜질처방을 하게 된 모양새가 펼쳐졌다. 과거에 벌어진 일이라 하더라도 현재 프로 소속팀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 및 사죄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은 점은 사건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자세.
뒤늦게 나온 징계 내용 또한 부족하기 짝이 없다. 타인에 대한 폭력행위는 신분과 지위를 막론하고 용납 되지 못하는 사회적 범법행위다. 피해자들이 받을 상처는 쉽게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 보다 근본적이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한데 경기에 나서지 않는 징계로 처리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또 안우진이 넥센 입장에서 즉시전력감으로 뽑은 신인이라고는 하나 프로 무대에서 시작부터 정착할 수 있는 확률은 결코 높지 않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50경기 출전정지는 시즌 초중반 안우진에게 별다른 반성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50경기라고 해봐야 여름 이후에는 출전이 가능할 정도로 길다고 볼 수 없는 시간이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이 야구로 갚겠다”는 표현을 자주 쓰고 있어 팬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프로선수가 야구를 하는 것은 자신에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인데 이를 반성의 도구로 여기고 이용한다는 비판에서다. 안우진이 경기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 역시 비슷한 의미로 해석되기 충분하다. 경기를 하다 벌인 잘못도 아닌데 이를 한데 묶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선수들 육성 및 끈끈한 경기력으로 KBO리그서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넥센이기에 이번 소속 선수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처리는 아쉬움이 유독 많이 남는다. 몇 경기 출전정지 등의 조치가 아닌 상처 받은 팬들의 마음을 돌려줄 근본적이고 성의 있는 징계방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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