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주 회복" 자신한 조선업계, 정부에겐 `적자수주 용인` 받아내
입력 2018-01-22 17:10  | 수정 2018-01-29 17:38

올해부터 조선·해양 발주 시황이 회복된다며 지난해보다 수주목표를 대폭 늘려잡은 조선업계가 정작 정부로부터는 적자 수주를 용인받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적자 수주를 금지한 국책은행의 수주 가이드라인을 수정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선사가 발주했거나 국내 조선업체들이 힘을 합쳐 따낸 일감에 대해서는 적자 수주를 용인해주는 게 정부가 해양금융종합센터를 통해 내놓을 새로운 수주 가이드라인의 골자다.
금융권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영업활동이 제약받고 있다는 조선업계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진 모양새다. 앞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달 초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금융기관들이 조선업계에 적용하는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조선업계가 금융 완화를 요구한 이유는 금융기관의 보증과 여신 없이는 각각 수주와 건조가 불가능한 데 있다. 발주처로부터 일감을 따내도 조선업체가 건조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선수금으로 준 돈을 은행이 물어준다는 선수금환급보증(RG)이 없으면 최종 계약은 이뤄지지 않는다.

조선업계는 이번 정부의 수주 가이드라인 완화로 수주전에서 탄력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조선업계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고부가 선종 수주전에서도 한국 조선업체를 제치고 일감을 가져가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조선업체들의 적자 수주를 용인해준 건 생산설비를 유지할 일감이라도 확보하라는 고육책이다. 도크를 놀리느니 약간 적자를 보더라도 일감을 가져와 설비를 돌려야 고정비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계는 향후 선박·해양설비의 발주 시황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고정비라도 줄이라며 적자수주를 용인해준 정부와 조선업계의 전망이 다른 셈이다.
최근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와 이야기해본 결과 올해는 작년보다 수주 여건이 좋고, 내년부터는 호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82억 달러 수주가 예상된다"며 "LNG선과 셔틀탱커 등 적정 이익 확보가 가능한 선종의 수주가 늘어나면서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 82억달러는 지난해보다 26% 많은 수치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의 수주목표(132억달러)는 76% 늘었다.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지난해 수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대우조선도 지난해 수주액 29억8000만달러보다 67% 많은 50억달러를 수주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해양설비 발주 시황이 회복된다는 전망의 근거는 최근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70달러선을 넘나들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국내 조선업계가 강점을 갖고 있는 유조선, 가스운반선 등과 더불어 원유를 캐내는 데 사용되는 해양설비의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업황 회복을 논하기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과 같은 조선 호황 국면이 다시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며 "최악이었던 지난 2016년보다 나아졌다는 것이지 조선업계는 여전히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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