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日이 강제 이전한 광명문, 80년 만에 제자리로
입력 2018-01-18 14:28 
광명문 옛 모습 [사진제공 = 문화재청]

덕수궁 중화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꺽어 들어가면 '광명문(光明門)'이라는 편액이 내걸린 문이 보인다. 사람이 오고 가라고 만든 문인 것 같은데, 그 안에는 의아하게도 유물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바로 자격루와 흥천사지 동종이다. 여기에는 감춰진 사연이 하나 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이 강제로 옮겨놓고 한낱 전시공간으로 전락시켜버린 것이다.
일제가 덕수궁 남서쪽 구석으로 옮긴 이 덕수궁 광명문이 80년 만에 제자리를 찾는다. 1938년 이전된 것이 마침내 원래 자리 함녕전(咸寧殿)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 안에 어색하게 비치돼 있던 자격루와 흥천사지 동종은 향후 1년 간 보존처리에 들어간다.
18일 문화재청은 "덕수궁 광명문 위치를 복원하는 공사를 올 봄 시작해 연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강제 이전한 현 광명문 [사진제공 = 문화재청]
광명문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겹처마와 팔작지붕을 갖춘 덕수궁 함녕전 정문이다. 애초엔 임금의 침방이 있는 전각인 함녕전 남쪽 행각 너머에 위치해 있었다.
1904년 덕수궁 화재 발생 당시 함녕전은 소실됐지만 광명문은 화마를 피해갔던 문이다. 하지만 일제가 1930년대에 석조전 서관을 증축하고 이왕가미미술관을 개관함에 따라 지금 자리로 강제 이전됐다. 그러고는 물시계인 '자격루'(국보 제229호)와 1462년 제작된 '흥천사명 동종'(보물 제1460호)이 내부에 놓여졌다. 기존의 정문 역할을 잃게 된 것이다.
올 봄 이전 공사가 시작되면 건물 내 자격루와 흥천사명 동종은 일단 국립문화재연구소가 1년가량 보존처리에 들어간다. 이후 자격루는 조선 왕실 유물을 관리하는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불교 문화재인 흥천사명 동종도 행선지 이전을 위한 논의가 진행된다.
자격루는 조선 세종 16년(1434)에 제작됐다. 물의 증감량으로 시간을 측량하는 기구로, 현재 남은 것은 중종 31년(1536) 창경궁 보루각에 있는 다시 만든 장치의 일부 뿐이다. 흥천사명 동종은 15세기 최고의 장인들이 만든 공예품으로, 흥천사가 16세기 화제를 겪었을 때도 보존됐으나, 이후 관리는 거의 방치 상태나 다름 없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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