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월 16일 뉴스초점-허술한 도로교통법
입력 2018-01-16 20:08  | 수정 2018-01-16 20:55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안, 나무 아래에 꽃과 과자·사탕이 놓여있습니다. 지난해 10월 16일, 아파트 단지에서 안 횡단보도를 건너다 갑자기 돌진한 차에 치여 숨진 다섯 살 김 양을 추모하기 위한 겁니다.
그보다 두 달 앞선 8월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여섯 살 원 모 양이 차에 치여 중태에 빠졌고, 지금까지도 일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자동차로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했으면 운전자는 당연히 도로교통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하죠. 그런데 이 가해자들은 인명 사고를 냈음에도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아파트 단지 입구에 출입 차단기가 있으면 도로가 아니라고 규정했거든요.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니 사고가 나도 교통사고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형사처벌 대상인 '12대 중과실'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김 양을 치어 숨지게 한 가해자에게 내려진 구형은, 금고 2년에 불과합니다. 차가 다니는데 도로가 아니고 중대 교통사고가 나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니, 가장 안전해야 할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아이들은 차에 치여도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반면, 미국은 주거시설 내 도로에도 똑같이 도로교통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아파트 단지를 보행자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속도를 제한하죠.

숨진 김 양의 아버지는 아파트 단지에 허술한 도로교통법의 문제점을 알리는 호소문을 붙이고, 지난 14일부터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벌써 2만 명의 국민이 동참하고 있죠. 이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국가는 잘 알아야 합니다. 아파트 안이건 밖이건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보행자의 안전을 법으로 확보하는 것, 바로 이런 걸 정부가 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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