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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헤지펀더] 1년만에 운용자산 1.5조…라임운용, 사모펀드 `톱3` 등극
입력 2018-01-16 17:33  | 수정 2018-01-16 19:23
2016년 말까지만 해도 사모펀드회사인 라임자산운용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2014년 7536억원을 찍었던 운용자산이 시나브로 빠져 2016년 말 장부를 보니 4620억원까지 줄어 있었다. 2014년 한 해 동안 "주식을 잘한다"는 소문에 7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려들었던 영광이 채 3년을 가지 못하고 스러질 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대반전이 일어났다. 1년 동안 운용자산이 1조원 넘게 밀려드는 '초호황'을 누린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1조5202억원의 자산을 굴리는 라임자산운용은 이제 사모펀드업계 '톱3'에 들어가는 공룡이 됐다.
새로 전열을 정비하고 출시한 '대체투자펀드'가 불티나게 팔려나간 덕분이었다. 2012년 라임투자자문 창립 당시 이 회사는 주식 투자가 본업이었다. 이제는 1조5000억원이 넘는 운용자산 중 주식 비중은 2000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대신 '중위험·중수익'을 목표로 하는 대체투자로 굴리는 자산이 1조원을 넘었다. 창립 6년도 안돼 회사 주력이 바뀐 것이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시장조사를 해보니 과거 예금 금리가 높았던 시절처럼 연 8%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을 갈망하는 투자자가 정말 많았다"며 "한국에 없었던 새로운 상품으로 이 같은 수요를 맞춰주려고 치열하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쉴 새 없이 시세 그래프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주식 변동성에 질린 '큰손'들의 속내를 미리 읽은 것이다. '저금리·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맞아 스트레스 없이 고정 수익을 원하는 재테크 시장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셈이다. 그 결과 지난해 코스피에 이어 코스닥 시장까지 증시가 '쌍끌이 장세'로 치솟는 상황에서 대체투자를 축으로 1조원 넘게 신규 자금을 끌어들인 저력이 나온 것이다.
때마침 대체투자 전문가인 이종필 부사장을 영입해 대체투자본부장을 맡겼다. 원 대표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잘 굴러갈 수 있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에서 차별된 상품이 여럿 나올 수 있는 것도 권한을 적극 위임하는 원 대표 전략 덕분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위주였던 '중위험·중수익' 상품 폭을 크게 넓혔다. 부동산 선순위담보대출, 무역금융 등 새로운 영역을 파고들어 상품을 적극 발굴했다. 밑바탕에 깔린 전략은 '돈이 돌게 하는 금융의 본래 역할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이른 시일 내에 어음을 현금화하길 원하는 대기업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매출채권을 유동화해 이를 상품으로 만드는 식이다. 원 대표는 "자금의 공급과 수요 간 '미스매치'를 해결하면서 돈도 벌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주식 운용에만 치중됐던 사모펀드의 틀을 벗어던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매출채권 지급이행을 약정하는 대기업 신용도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비교적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 이 회사 간판 펀드인 '새턴1호'는 대체투자 위주의 투자 전략을 바탕으로 지난 1년간 19.63%의 수익을 냈다. 3개월 기준 수익률 역시 9.71%에 달한다. 대체투자와 채권투자를 섞어 안전성을 더 높인 '플루토-FI' 1년 수익률 역시 12.89%로 양호하다. 흔들림 없이 매년 10%씩 따박따박 수익을 내겠다는 회사 운용철학을 초과 달성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발행하는 건강보험을 기초자산으로 만들어진 펀드에 투자하는 상품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라임자산운용 핵심 운용전략은 '주사위 3개의 법칙'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사위 1개를 굴릴 때와 3개를 굴릴 때 예상되는 평균(수익률)은 같다. 하지만 주사위를 1개 굴릴 때보다 3개를 굴려 얻은 평균치의 표준편차(변동성)는 절반 가까이 떨어진다. 주사위 1개를 굴릴 때는 대박(6)이 나거나 쪽박(1)이 날 위험이 있지만, 3개를 굴려 얻은 평균치는 2.5~4.5에 집중돼 나오기 때문이다. 원 대표는 "수익 대비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 3가지 상품을 섞은 '멀티전략'을 추구한다"며 "증시가 뜨거울 때 남들보다 못 먹더라도 장이 빠질 때 흔들림 없이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여의도에서 대표이사 지분이 가장 적은 자산운용사로도 유명하다. 임직원이 지분을 나눠 가진 '종업원 지주제'로 굴러가고 있다. 대표이사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전체 3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26명에 달하는 임직원이 고루 나눠서 들고 있다. 원 대표는 "회사 성과를 구성원들과 함께 나누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할 때 일에 더 몰입할 수 있다는 게 원 대표 신조다.
라임자산운용은 올해 공모펀드 운용사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올 상반기 공모형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본업이었던 '주식 운용' 분야 경쟁력을 더 키우겠다는 전략도 가지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퇴직연금' 시장에도 관심이 많다. 원 대표는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신기루를 좇는 것"이라며 "늘 공부하는 자세로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틈새시장을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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