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화성은 지금보다 따뜻하고, 습하고,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르는 땅이었다. 화성 표면에 남아있는 각종 울퉁불퉁한 지형들과 물이 지나간 자취들은 30억~40억년 전 이곳에 큰 바다와 호수, 강이 있었음을 어렴풋이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의 화성은 사막과도 같다. 춥고 건조하며 대기도 거의 없는 황무지다. 태양계 행성 가운데 가장 지구와 흡사해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유력하게 점쳐지지만, 이제는 살아있는 생물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어쩌다 화성이 생명체가 서식할 수 없는 불모지가 됐는지 밝혀낸 논문이 지난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옥스포드대의 존 웨이드 지구과학 교수 연구팀은 화성에 있는 암석이 지표면을 따라 흐르던 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는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한 때 있던 물이 어디로 감쪽같이 사라졌는지 행방을 찾아낸 것이다. 물은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첫번째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 연구팀에 따르면 화성에서는 현무암이 물을 만나 산화되고, 산화철 등 광물로 바뀌면서 생명체가 살기 힘든 메마른 환경이 형성됐다. 연구팀은 지구의 암석을 분석한 모형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화성의 암석이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을 흡수하고 가둬놓을 수 있는지 계산했다.
화성의 암석이 지구의 암석에 비해 같은 깊이에서도 더 많은 수분을 저장하고, 지표면 아래 깊숙이까지 물을 흡수한다. 이를 통해 과거 화성 표면에 있던 물이 지하에 갇혀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자료제공 = 네이처]
이번 연구는 화성에서 물이 사라진 이유가 암석 특징 때문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이전까지 과학자들은 과거 화성이 약한 중력으로 인해 대기를 잃어버리고, 자기장이 붕괴되면서 물을 잃어버렸다고 추측해 왔다. 물이 태양풍에 휩쓸려 우주공간으로 날아갔든 낮은 기온으로 인해 얼어서 땅속 얼음에 꽁꽁 묶였든 둘 중 하나일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제는 화성의 열역학적 구조와 암석의 화학적 구조가 지하로 물을 끌어당겼음이 밝혀졌다. 땅속 깊숙이 내려갈수록 온도와 열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들끓는 용암이 지표면의 물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화성의 현무암은 지구의 현무암보다 더 많은 철을 함유하고 있고 약 25%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하는 '스펀지 효과'를 가진다. 그리고 이 현무암은 물을 화성 내부의 물렁물렁하고 뜨거운 맨틀 상부로 흡수해 산화철의 형태로 저장한다. 반면 지구의 경우 깊이에 따른 온도 변화가 크지도 않고, 땅위를 흐르는 물이 맨틀 속으로 파고들기보다는 표면 가까이에 머무른다.이는 화성과 지구의 암석 미네랄 구조상의 작은 차이가 생명체의 생존이라는 큰 변화를 가져왔음을 뜻한다. 웨이드 박사는 "태양계 행성들은 서로 비슷한 구성을 가지지만 미묘한 차이가 극적인 차이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화성의 맨틀 암석이 더 많은 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더 많은 산화 반응이 일어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도쿄과기대 토모시로 우시 지구과학 교수는 네이처지에 "화성 물 재고량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려면 지하 탐사를 통해 수분을 함유한 지각과 지하 얼음이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또 다른 연구진인 크리스 발렌타인 옥스퍼드대 지구과학 교수는 앞서 지난달 29일 네이처에 "행성에 생명체가 살기 위해서는 지구와 같은 염소(Cl), 브롬(Br), 요오드(I) 등 수준이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염소, 브롬, 요오드 등의 농도가 지구와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면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파악했다. 이 같은 휘발성 원소가 생명체에 진화에 적합하게끔 지구 환경을 차별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는 오는 2020년 '마스 로버 2020'을 화성에 보내 토양과 암석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생명체의 흔적 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화성의 옛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표면의 지질학적 과정을 연구하는 게 목적이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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