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청년 취업 시장에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들과 다른 이색 직업을 선택해 취업에 성공한 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어렵다'는 금융권 취업에서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인데, 현장에서 뛰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주]
'육개장 1만4000여 그릇.'
이제는 질릴 법한 장례식장 단골 메뉴인 육개장을 하루 세끼로 계산한 그의 연차(13년)다. 짐작한 사람도 있겠지만 '장의사'로 불리기도 하는 '장례지도사'에 대한 얘기다. 과거에는 시신 닦는 사람 정도로 인식했지만 2012년 장례지도사 국가자격증이 신설되면서 취업난 속 나름 유망 직업으로 떠올랐다. 대학에 장례학과가 생기는 등 전문성을 갖춘 20대 장례지도사를 배출하면서 이들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세대교체와 함께 새로운 장례문화를 만드는 주역인 더케이(The-K) 예다함상조 서울지부 의전팀 정유진(34) 팀장을 만나 장례지도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할 수 있는지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수원 예다함상조 교육센터에서 만난 정 팀장의 첫 인상은 이 일을 하지 않을 법했다. 작은 체구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직접 시신을 염습하고 입관까지 할 수 있을까'할 정도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얘기를 나누면서 이런 걱정은 금세 잊혀졌다.
"여자 장례지도사를 만나면 믿고 맡겨도 될지 걱정부터 하세요. '직접 입관까지 하느냐'고 묻는 경우도 많고요. 때론 '애' 취급하기도 해요. 하지만 하루 이틀 장례 치르는 모습을 보면 '왜 젊은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해야 하는지 알 것 같다'는 말은 물론 감탄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정 팀장은 일찌감치 장례지도사 일에 뛰어 들었다.
고등학교 3학년을 앞두고 진로 고민 중 겨드랑이 냄새 감별사 등 외국의 이색 직업을 소개한 책에서 접한 '시신 분장사'의 모습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 마음에 꽂혔다. 그때 사진 한 장이 지금의 장례지도사가 되는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이런 직업도 있구나! 했어요. 책 속 사진에는 고인이 된 할머니 한 분이 누워 계시고 시신 분장사로 소개된 한 여성이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아름답게 보내 드리고 있었어요. 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실제 돌아가신 분을 본 적이 없지만 이 사진 한 장이 아름답고 남달랐던 것 같아요. 이후 '왜 하필 여자가 이런 일을 하느냐'는 부모님 반대를 설득했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에 입학했죠."
졸업 후 22살 그의 첫 직장은 24시간 돌아가는 병원 부속 장례식장이었다. 고인에 대한 예우보다는 장례를 마무리하기에만 바쁜 모습에 일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왔고 그러던 중 2009년 11월 교직원공제회에서 출자해 설립한 상조회사 '예다함'을 만났다.
"병원 밖으로 나와 보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축문을 읽어주고 제사도 진행하고 장례 스케줄도 짜고, 장지 안내라든지 입관 과정에서 여러 케어들…. 무엇보다 상조회사 직업 특성상 3일 내내 유족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고 제 손을 거쳐 진행하는 장례의 모든 과정이 보람 있었죠. 유족들과 인연을 맺고 고인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고 '딸 같이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면 일이 힘들어도 보람이 커요."
장례지도사 준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유진 팀장.
다음은 장례지도사 준비에 대한 일문일답.-현재 장례관련 학과(전공)가 을지대(4년), 대전보건대(2년), 창원문성대(2년), 동부산대(2년), 서라벌대(2년) 등 5개 대학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에서 장례관련 학위를 취득해야만 장례지도사가 될 수 있나
"아니다. 하지만 장례관련 학과를 졸업하면 보다 이 업종에 취직하는 것이 수월하다. 전국에 75개 교육기관이 있으며 보건복지부 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 가면 교육기관을 조회할 수 있다. 이론 150시간, 실기 100시간, 실습 50시간 등 총 30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 과목은 장례 상담과 시설 관리, 위생관리, 염습 및 장법 실습 등 9개 과목이다. 교육 대상은 만 19세 이상으로 성별, 학력, 나이 제한은 없다. 교육비는 평균 100만원 수준이다."
-장례지도사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장례지도사는 갑작스럽게 상을 당한 유족들이 장례를 잘 치를 수 있도록 상담을 통해 장례 절차를 안내하는 일을 한다. '장례 전문 코디네이터'라고 할 수 있다. 상담 내용에는 장례 일정과 비용, 장례 규모, 종교, 장지 등이 포함된다. 이밖에 장례식에 쓰이는 장제 기구와 수의, 관, 상복 등을 대여하거나 구매를 도와준다. 시신관리 업무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시신의 머리와 팔, 다리 등 자세를 바로잡고 가지런하게 하는 수시(收屍), 시신을 깨끗하게 씻겨 수의를 입히는 염습(殮襲), 시신을 관에 눕히고 흔들리지 않게 관 속 빈 곳에 벽지나 삼베 등을 채워 넣는 입관(入官) 등의 작업을 한다."
-장례지도사에 도전한다면 염습에 대한 걱정과 궁금증이 많을 것 같다.
"장례지도사에 도전하고 싶지만 고인을 목욕시키고 일체의 의복을 입히는 염습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염습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시신을 만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상심에 빠진 유족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고령화 등으로 장래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데
"장례지도사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상부상조 문화에서 도시화, 핵가족화로 장례문화 계승이 어려워지고 있다. 고령사회 진입으로 고인과 상주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장례 진행이 어려운 점도 장례지도사 필요성에 이유를 더하고 있다."
-보수는 얼마나 받나.
"연차나 소속 상조회사 급여 방식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딱 얼마라고 단정짓긴 어렵다. 업계 평균은 월 250만원 남짓인 듯하다. 상조회사마다 기본급 수준이나 장례 건수에 따른 수당이 달라 더 많이 받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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