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2시40분께 서울대 인근 관악구 대학5길 9 골목. 사회자의 구령 소리에 맞춰 참석자들이 함성을 지르며 노란색 끈을 잡아당기자 안경을 낀 다부진 얼굴의 20대 청년이 동판 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동판에는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의 민주주의가 그대의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박종철 열사(1965∼1987)'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박 열사의 누나 박은숙씨는 모습을 드러낸 동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가만히 한 손을 갖다 대고 쓰다듬었다. 박 열사의 서울대 선배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원장은 누나 박씨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서울 관악구가 '6월항쟁 도화선'으로 불리는 박 열사의 대학시절 하숙집 앞 거리를 '박종철거리'로 명명하고자 개최한 선포식입니다.
누나 박씨는 동판 제막식에 앞서 선포식 참석자들 앞에 서서 "종철이가 살던 길이나 한번 보려고 왔는데 그때와 너무 많이 변해 화려해졌다"며 "1987년에 이 길이 이런 모습이었다면 종철이가 새벽에 쥐도새도 모르게 끌려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종철이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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