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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윤여정 “난 대배우 아닌 노배우, 수시로 매너리즘 빠져”
입력 2018-01-13 07:02 
윤여정은 연기를 오래 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며 경계했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70대 나이에도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인기와 존재감이다. 방송과 스크린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 중인, 이름 석 자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독보적인 대세 배우 윤여정(70)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윤여정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 홍보차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병헌, 박정민 두 후배의 출연 소식에 그저 믿고 합류했다. 역시나 이름값이 괜히 높은 게 아니더라. 두 사람이 너무 잘 해서 오히려 내가 못한 게 더 티만 났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번에 아무래도 전략을 잘못 짠 것 같아. 두 친구가 워낙 잘 하는 후배들이라 좀 묻어가려고 선택했는데, 해도 너무 잘 하니까 오히려 내가 못한 게 너무 두드러져서 민망하잖아. 연기를 하면 할수록 더 잘하면 좋을 텐데, 그럴 순 없는 거니까. 좌절감에 빠졌지 뭐야.”
털털하면서도 거침없는 솔직함, 그러나 진솔하고 겸손한 말투가 인상적이다. 대배우인 선생님께서 좌절감이라니요?”라고 되물으니, 나 대배우 아닌 노배우예요. 내가 무슨 대배우야”라며 손사래를 친다.
경력이 쌓이면 기술은 물론 좋아지지. 하지만 연기란 게 적당한 감성과 이성, 경험치와 기술이 복합적으로 합쳐져 내공이 발산되는데 너무 오래되면 기술은 쌓이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기가 쉬워요. 내가 딱 그래. 그래도 죽어라 노력하면 또 잘 할 수 있을까? 해봐야지, 그럼.”
현실적으로 다양한 연기 변신의 기회가 적은 터라, 이번 작품에서 이 같은 매너리즘을 탈피해 보고자 부산 사투리에 도전한 윤여정. 리얼한 사투리 연기를 위해 언어(사투리) 선생님과 석 달 간 동고동락했단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그는 감독이 너무 부담이 되면 굳이 사투리 연기를 하진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내가 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석 달 간 열심히 배우고 연습했는데 영화 속 내 연기를 보니 많이 부족하더라. 좌절감을 느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참 신인이 잘 할 때가 가장 무서운 건데…. 한참 전에 20대 신인이었을 때 한 감독이 내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었었어. 그 땐 당연히 당대 가장 잘 나가는 멋있는 배우 이름을 댔는데, 감독님은 내게 다른 연기파 배우의 이름을 얘기했지. 그런 배우가 됐으면, 되길 바란다고. 그땐 그 말뜻을 잘 몰라서 감독이 말한 배우의 작품들을 찾아봤는데 영화마다 그 사람을 찾기가 힘든 거예요. 그만큼 어느 배역에나 거기에 딱 들어맞게 녹아들어 변신을 잘 하니까 알아보기가 힘든 거지. 이제는 그 말이 무슨 뜻인 줄 알겠어요, 그리고 그런 배우가 되고 싶죠.”
2018년 한해 소망과 계획을 물으니, 특별히 큰 포부나 목표는 없다. 그저 올해도 건강하게 맡은 바 잘 수행하면서 무사히 넘어가길 바랄 뿐”이라며 특유의 쿨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분)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 살아온 곳도, 잘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건 결국 사소한 일들, 가족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너무나 다른 형제는, 그리고 상처를 가슴에 품은 채 살아온 엄마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많은 것들을 공유하면서 점차 가까워진다. 비단, 형제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이웃의 이야기, 그리고 여러 관계 속에서 조금씩 변화해 가는 인물의 사연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어 공감도를 높인다. 17일 개봉.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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