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근로자들도 성폭력 피해로부터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동안 '특고' 근로자들은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당해도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성폭력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다.
10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수고용근로자에게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피해구제를 보장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근로자만을 보호대상으로 한 남녀고용평등법에 특례조항을 별도로 신설해 성폭력 피해구제의 안정망을 특수고용직군에까지 확장한다.
그동안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도급·위탁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직들은 근로기준법은 물론이고 남녀고용평등법의 적용대상이 아니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가해자에 징계를 내려야 하지만, 특수고용직들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 보호망 바깥에 자리했다.
특히 여성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특수고용직종, 캐디,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업계에는 이 법안의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학습지 교사 보험 설계사, 신용카드 모집인, 골프장 캐디의 여성 비율은 70~90%에 달할 정도로 남녀고용평등법의 보호가 강력히 요청되는 직군들이다.
지난해 11월 현대카드에서 신용카드 모집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현대카드는 "당사자들이 위촉 계약사원이라 사내 규정을 적용하면 오히려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신용카드 모집인 또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해 고용주가 피해사원에 대해 구제조치를 취할 법적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별도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성희롱 피해를 울며 겨자 먹기로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개정안을 발의한 정춘숙 의원은 "근로형태 여부를 떠나 모든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보호 받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앞으로 모든 근로자들이 성희롱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 밝혔다.
정춘숙 의원실은 "해당 법안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모든 여성 직장인들에 대한 최종적 해결책은 안되겠지만, 일단 현대카드 사건 피해자와 같은 특수고용근로자에게라도 법적 보호망이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대표발의자인 정춘숙 의원을 비롯하여 강훈식, 신창현, 최도자, 윤소하, 추미애, 양승조, 정성호, 박찬대, 전재수 의원이 공동발의 했다.
[윤지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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