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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죄송하다”는 박병호, 무거운 ‘책임감’을 말하다
입력 2018-01-09 19:07 
2년만에 넥센으로 돌아온 박병호가 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공항인근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인천호텔에서 환영식 및 입단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병호가 고형욱 단장과 함께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안준철 기자] 죄송합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박병호(32·넥센 히어로즈)는 취재진을 향해 정중히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오실 줄은 몰랐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을 이었다.
박병호가 2년 만에 친정 넥센 히어로즈로 돌아왔다. 9일 오후 KE038편(미국 시카고 출발)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병호는 공항 인근 그랜드 하얏트 인천 2층 이스트살롱에서 열린 복귀 환영식 및 기자회견에 참석해 복귀 소감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고형욱 넥센 단장과 장정석 넥센 감독, 그리고 넥센 주장 서건창(29)이 참석했다. 박병호는 기자회견에 앞서 2018시즌 연봉계약서에 사인했다.
2년 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했던 박병호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2017시즌을 통째로 마이너리그에서 보냈고, 결국 넥센으로 전격 복귀선언 했다. 미네소타와의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미네소타도 계약을 해지했다. 박병호의 2018시즌 연봉은 15억원이다.
메이저리그 도전이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지만, 이날 박병호의 표정은 밝았다. 서건창에 꽃다발을 받을 때는 미소가 흘렀다. 물론 박병호는 기자회견 내내 조심스러웠다.
박병호를 움직인 것은 이장석 대표의 전화였다. 박병호는 작년 마이너리그에 머물면서 사실 많이 힘들었다. 그 때 이장석 대표님이 전화를 주셔서 ‘한국으로 돌아와라, 넥센으로 돌아와라라고 하셨다. 솔직히 바로 답은 못드렸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서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즐겁게 야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넥센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넥센은 박병호의 야구인생에서 특별하다. 2005년 LG트윈스에 1차지명으로 입단해 잠재력 높은 거포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1군만 올라가면 작아졌다. 결국 2011년 중반 넥센으로 트레이드돼 야구인생에 꽃을 폈다. 2012년부터 미네소타에 진출하기 전인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했다. 2012~2013년은 정규시즌 MVP에 선정됐고, 2014~2015년은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넥센도 박병호가 팀을 떠난 동안 그가 달던 등번호 52번을 비워뒀다. 이날 박병호는 다시 52번이 새겨진 버건디 색깔의 줄무늬가 들어간 넥센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었다.

박병호는 넥센으로 돌아오 건 자체에 기뻐했다. 그는 처음 트레이드 돼 이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잘 모르는 팀이라 걱정도 많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집에 돌아온 기분이다”라며 넥센 선수들 만나서 같이 훈련해도 금방 적응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제 팀내에서도 고참급인 박병호는 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대화하겠다. 코칭스태프가 해결하지 못하는 선배 역할이 있는데, 서건창 주장을 돕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하지만 팬들 앞에서는 먼저 고개를 숙였다. 성공해서 돌아오지 못한 것을 의식한 것처럼 보였다. 박병호는 2년 전에 큰 꿈을 가지고 도전했을 때 응원해주셨던 많은 분들이 실망하셨을 텐데, 환영받으면서 복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제가 선택했기 때문에 다 받아들이겠다”고 덤덤히 말했다. 대신 그는 넥센 히어로즈의 성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다시 넥센 유니폼을 입고 무거운 책임감을 말한 박병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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