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팩트체크] 재건축 6.3% 오를때 일반 아파트도 5.7% 상승
입력 2018-01-09 17:31  | 수정 2018-01-09 22:09
강남 집값 급등, 재건축 투기 때문인가
"서울 강남4구 중에서도 주택이 아닌 재개발·재건축만 올랐다. 풍부한 자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투기적 수요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이 재건축에 몰린 투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 고위 관료가 강남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 원인을 투기로 몰아가기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김 장관은 취임식 때 투기세력에 강한 경고장을 보냈다.
넘치는 돈이 국내 최고 주거지역에 들어오길 원하지만 공급은 한정된 시장 원리를 외면한 상황 인식에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불법행위를 동반한 투기는 엄단해야 마땅하지만 집값 급등을 투기의 결과로만 볼 경우 도리어 부동산 가격 안정이 더 요원해진다는 이유에서다. 매일경제는 집값 급등이 강남 재건축과 투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사실인지 숫자로 검증해봤다.
우선 강남4구에서 재건축만 올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발표 후 최근(이달 5일 기준)까지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6.35% 올랐다. 같은 기간 재건축을 제외한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은 5.72%였다. 부동산 114는 재건축의 시작인 정비구역 지정이 이뤄지는 시점부터 해당 아파트를 재건축 아파트로 분류한다.

8·2 대책 후 서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재건축 아파트 상승률은 5.75%, 기존 아파트 상승률은 3.65%다. 강남4구 재건축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고 할 수는 있겠으나 재건축만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초부터 올해 초까지의 상승률을 봐도 재건축 18.88%, 기존 아파트 15.12%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기존 아파트 상승률이 재건축보다 높은 곳도 다수 발견됐다. 특히 재건축과 인근 기존 아파트 모두 소위 '대장 아파트'라고 불리는 대표적 단지인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재건축의 대명사인 은마아파트보다 입주 3년 차를 맞은 래미안대치팰리스의 전용 84㎡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지난해 1월 은마 전용 84㎡는 12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12월 14억4400만원으로 15.5% 올랐다. 그사이 35층 재건축 확정 등 불확실성 해소가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지난해 1월 16억5000만원에서 12월 20억원으로 21.2% 올랐다. 도곡동에서도 개포한신보다 입주한 지 10년이 넘은 도곡렉슬의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 개포한신 전용 59㎡가 지난해 1월 10억1350만원에서 10월 12억4000만원으로 22.3% 올랐지만 도곡렉슬 전용 59㎡는 지난해 1월 8억5000만원에서 12월 10억9000만원으로 28.2% 급등했다.
지난해 재건축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반포주공1단지를 보면 1월 30억원에 거래됐던 전용 140㎡ 물건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거래가 금지되기 직전인 9월에는 34억원까지 올랐다. 13.3% 상승률이다. 전용 72㎡는 21.9% 올랐다. 하지만 입주 10년 차를 넘긴 반포자이 전용 59㎡는 같은 기간 11억6000만원에서 14억3500만원으로 23.7% 올랐다. 전용 84㎡도 지난해 1월 15억2800만원에서 12월 18억원으로 17.8% 올랐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용으로 재건축을 여러 채 구입한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론 정부 규제로 '안전자산'인 강남의 가치가 더 커졌고, 정부의 특목고 및 자사고 폐지 예고로 교육 환경이 좋은 강남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큰데 이를 투기 영향으로 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평가했다.
[박인혜 기자 /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