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판사 포털 카페 `이판사판 야단법석`서 판사끼리 `적폐` `법비` 막말 자행
입력 2018-01-09 15:55 

법관들이 포털사이트에 개설한 익명 커뮤니티에 도를 넘는 인신공격성 발언이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내부에선 "판사들의 언행 때문에 부끄럽다"는 지적과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법원 공식 내부망(코트넷)이 아닌 사적인 인터넷 공간이지만 그 내용이 사법부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사안을 관심있게 지켜보면서도 법원 내 공식 조직에서 제기된 논란이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9일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에 판사들이 만든 비공개 커뮤니티 '이판사판 야단법석'에 올라온 글 일부가 외부에 알려졌다. 최근 사법부 내 각종 현안을 놓고 막말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많은 판사들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최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추가조사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70·사법연수원 2기)과 법원행정처 근무 판사들을 향한 비난이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행정처 판사들을 '적폐XX', '양승태(전 대법원장) 따까리들' 등으로 욕설을 서슴지 않고 있다.
또 추가조사위가 당사자 동의 없이 컴퓨터 조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두고 '개억지 부린다', '사적 정보 핑계로 찌질 거리는 꼴' 등으로 일반인들과 다름 없는 수준 낮은 비난을 일삼고 있다. 아울러 본인과 반대 의견을 가진 판사들을 '법비(법을 악용해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무리)'로 몰아가는 글도 있어 판사들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카페는 비공개로 설정돼 있어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는다. 서울서부지법에 근무 중인 홍모 판사(40·사법연수원 35기)가 카페지기를 맡고 있다. 앞서 한 야당 의원도 김명수 대법원장(59·15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커뮤니티를 거론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카페 운영자인 홍 판사가 국제인권법 연구회 소속이고, 카페 회원수는 6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평판사 중심이고 실명 원칙인 코트넷 자유게시판에서 논의하기 어려운 사안들을 익명으로 자유롭게 토론해보자는 취지로 몇 년 전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본래 의도와 달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해 코트넷에 한시적으로 설치됐던 익명(선택) 게시판으로 막말이 유행처럼 번진 것과 유사한 흐름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의 한 법원장은 "국민들 신뢰를 위해 수십억씩 세금을 써 가며 노력해도 판사의 언행이라고 보기 어려운 막말이 모든 신뢰를 다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또 전직 법원장은 "김 대법원장이 판사들의 익명 막말을 방치하고 있다면 스스로 사법부 신뢰에 먹칠을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재경지법의 한 고법판사는 "보통 사람들도 인터넷 악플을 경계하는 풍토에서 판사들이 익명으로 막말을 하고 있는 것이 드러나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 다른 중견 법관도 "국민들이 막말하는 판사에게 받는 재판을 신뢰할 수 있겠나"며 "판사들 스스로 반성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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