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임대료에 못 이겨" 정동 세실극장 '40여 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입력 2018-01-08 07:12  | 수정 2018-01-15 08:05
"임대료에 못 이겨" 정동 세실극장 '40여 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1976년 개관해 연극계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서울 정동 세실극장이 어제(7일) 40여 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김민섭 세실극장 극장장은 "'안네 프랑크' 공연이 끝나는 1월7일 폐관할 예정"이라고 밝혀왔습니다.

김 극장장은 "월 임대료만 1천300만원에 그 밖의 운영비를 포함하면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무리인 데다 적자도 너무 많이 쌓여 더 이상 운영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연극협회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 한국본부는 그간 공공극장으로 세실극장을 운영하기 위해 건물 소유주인 대한성공회측과 임대 협상에 나섰지만 임대료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임대를 포기했습니다.


성공회는 세실극장을 사무실로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실극장은 1976년 개관 당시 소극장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 320석의 객석을 갖췄습니다. 1977∼1980년 연극인회관으로 사용됐으며 1∼5회 대한민국연극제가 이곳에서 개최됐습니다. 부채꼴 모양의 극장은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으로 문화사·건축사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981년 극단 '마당'에서 세실극장을 인수해 운영했지만 외환위기 당시 폐관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후 1999년 극단 '로뎀'에서 극장을 인수했으며 연극계에서는 처음으로 후원 기업의 이름을 극장에 붙이는 네이밍 스폰서십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김민섭 극장장은 5년여전 극장을 인수해 운영해왔습니다.

2013년에는 서울시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세대에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김 극장장은 "극장 위치가 대학로가 아니고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공연장 임대료 지원사업 등 서울시의 각종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됐다"고 말했습니다.

문화예술위원회의 특성화극장 지원사업에 선정돼 공연 2편을 두 달간 올리는데 3천만원을 지원받기도 했지만 두 달분 임대료를 충당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김 극장장은 "말로는 세실극장의 역사성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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