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부동산 '맹주' 부산 집값마저 약세 전환
"부산도 몇몇 알짜 단지 빼고 다 꺾였어요. 부산에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놨던 사람들은 지금 물건 뺀다고 난리입니다."
부산에서 십수 년간 공인중개업소를 해왔던 A씨는 전화기 너머로 한숨을 쉬었다. 그는 경기와 부동산 시장 전체가 다 어려웠던 2013년 이후 5년 만에 또 한번 빙하기를 맞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히 서울의 위세는 여전한 가운데, 지방 부동산 시장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부산 주택 가격 상승률이 4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을 지역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산지역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부산의 강남이라 불리는 알짜 단지를 제외하고는 현재 부산 지역 전반적으로 올해 부동산 시장이 어렵다고 예측하고 있다"며 "특히 정부 규제 폭탄이 고스란히 부산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부산 지역 투자자들조차 탈부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부산의 주택시장 매매 가격 상승률은 작년 12월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아파트는 이미 전조가 있었다. 통상적으로 약세장에선 일반 주택보다는 아파트의 맷집이 더 강한데, 이번엔 아파트가 먼저 하락한 것이다. 그만큼 시장이 급격하게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작년 10월 부산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2013년 9월 이후 4년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0.02% 하락을 기록했다. 이후 하락폭은 확대 일로다. 2017년 11월에 0.05%, 12월에는 0.07% 하락했다.
이는 가격으로도 증명된다. 2013년 입주한 부산 기장군 '정관동원로얄듀크 2차' 전용 85㎡는 작년 7월까지 꾸준히 올라 분양가 대비 1억원 넘게 상승한 3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8월 이후 하락세를 걷고 있다. 작년 11월에 이 아파트의 같은 면적 매물은 2억9300만원에 거래됐다. 3개월 만에 매매가가 15% 떨어진 것이다. 해운대구 'LH뜨란채' 역시 전용 49㎡ 가격이 2016년 2억5500만원까지 올랐으나 작년 11월 1억7000만원까지 거래되며 가격이 폭락했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야심 차게 내놓은 정부 규제가 지방 부동산 시장만 냉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시청의 미분양 아파트 누적 통계에 따르면 작년 초 1102가구였던 미분양 아파트는 9월까지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가며 720가구까지 줄었다. 그러나 10월 규제로 753가구가 갑자기 늘어 1473가구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고, 이 추세는 11월까지 이어져 11월 30일 부산의 미분양 아파트는 1593가구에 달한다.
특히 작년 9월 분양한 부산진구 부암동 '협성휴포레 시티즌파크'는 현재 전체 389가구 중 347가구가 미분양을 기록하고 있다. 부산 사하구 장림동 '사하장림역스마트W' 역시 일반분양 물량 494가구 중 164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기장군 일광지구 도시개발사업지구에 들어서는 '일광 이지더원'은 전체 일반분양(653가구) 중 절반이 넘는 372가구가 미분양을 기록 중이다.
업계에서는 12월 부산의 미분양 가구 수가 2000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관 한신더휴' '비스타동원 1차'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등에서 미분양이 집계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에 집을 가진 사람들도 투자 목적으로 부산의 아파트를 사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물건들에 대한 정리 작업이 이뤄지면서 시장을 어렵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 해운대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한동안 서울에서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엔 아예 없다"면서 "서울에 집 가진 사람들이 부산 집을 정리하겠다고 해서 오히려 매물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월평균 400여 건에 달하던 부산지역의 외지인 아파트 구입 건수는 올 하반기(7~11월) 들어 300여 건으로 25%가량 급감했다.
문제는 올해도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부산 전체 입주물량은 2만3000가구로 작년에 비해 15%나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1분기에만 8000가구가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부산에서도 가장 하락률(12월 -0.22%)이 컸던 해운대구에 입주를 앞둔 단지가 3개나 있다.
[박인혜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산도 몇몇 알짜 단지 빼고 다 꺾였어요. 부산에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놨던 사람들은 지금 물건 뺀다고 난리입니다."
부산에서 십수 년간 공인중개업소를 해왔던 A씨는 전화기 너머로 한숨을 쉬었다. 그는 경기와 부동산 시장 전체가 다 어려웠던 2013년 이후 5년 만에 또 한번 빙하기를 맞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특히 서울의 위세는 여전한 가운데, 지방 부동산 시장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부산 주택 가격 상승률이 4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을 지역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산지역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부산의 강남이라 불리는 알짜 단지를 제외하고는 현재 부산 지역 전반적으로 올해 부동산 시장이 어렵다고 예측하고 있다"며 "특히 정부 규제 폭탄이 고스란히 부산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부산 지역 투자자들조차 탈부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부산의 주택시장 매매 가격 상승률은 작년 12월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아파트는 이미 전조가 있었다. 통상적으로 약세장에선 일반 주택보다는 아파트의 맷집이 더 강한데, 이번엔 아파트가 먼저 하락한 것이다. 그만큼 시장이 급격하게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작년 10월 부산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은 2013년 9월 이후 4년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0.02% 하락을 기록했다. 이후 하락폭은 확대 일로다. 2017년 11월에 0.05%, 12월에는 0.07% 하락했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야심 차게 내놓은 정부 규제가 지방 부동산 시장만 냉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시청의 미분양 아파트 누적 통계에 따르면 작년 초 1102가구였던 미분양 아파트는 9월까지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가며 720가구까지 줄었다. 그러나 10월 규제로 753가구가 갑자기 늘어 1473가구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고, 이 추세는 11월까지 이어져 11월 30일 부산의 미분양 아파트는 1593가구에 달한다.
특히 작년 9월 분양한 부산진구 부암동 '협성휴포레 시티즌파크'는 현재 전체 389가구 중 347가구가 미분양을 기록하고 있다. 부산 사하구 장림동 '사하장림역스마트W' 역시 일반분양 물량 494가구 중 164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기장군 일광지구 도시개발사업지구에 들어서는 '일광 이지더원'은 전체 일반분양(653가구) 중 절반이 넘는 372가구가 미분양을 기록 중이다.
업계에서는 12월 부산의 미분양 가구 수가 2000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관 한신더휴' '비스타동원 1차'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등에서 미분양이 집계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에 집을 가진 사람들도 투자 목적으로 부산의 아파트를 사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물건들에 대한 정리 작업이 이뤄지면서 시장을 어렵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 해운대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한동안 서울에서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엔 아예 없다"면서 "서울에 집 가진 사람들이 부산 집을 정리하겠다고 해서 오히려 매물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월평균 400여 건에 달하던 부산지역의 외지인 아파트 구입 건수는 올 하반기(7~11월) 들어 300여 건으로 25%가량 급감했다.
문제는 올해도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부산 전체 입주물량은 2만3000가구로 작년에 비해 15%나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1분기에만 8000가구가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부산에서도 가장 하락률(12월 -0.22%)이 컸던 해운대구에 입주를 앞둔 단지가 3개나 있다.
[박인혜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