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 경영전략까지 상담…변신 거듭하는 증권사지점
입력 2018-01-01 17:27 
늘어나는 증권사 특수지점
상장사 오너 A씨는 외국계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인수 대상 기업에서 A씨 회사가 부동산 자산이 너무 많아 높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보유 부동산 매각을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고민에 빠진 A씨는 평소 투자 상담차 자주 들르던 하나금융투자 롯데월드타워WM센터를 찾았다. 그는 이곳 PE와 상의하던 중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하고 무릎을 쳤다. 부동산 매각을 원치 않았던 A씨는 증권사가 제안한 거래 구조를 통해 부동산 자산도 지키고 인수·합병(M&A)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증권사들이 고객의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고객이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 자금조달, M&A 등 사업 솔루션까지 제시해주는 이른바 '회사 밖 전략기획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액 자산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증권사들이 지점 수를 줄이면서 이 같은 특수 지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1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삼성동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해 새롭게 오픈한 롯데월드타워WM센터점이 이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지점 고객들의 평균 자산 규모는 50억원 수준으로 고액 자산가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고급 호텔이 연상되는 인테리어로 지점을 꾸몄다. 관리고객 자산 규모만 5조원으로 63개 하나금융투자 지점 가운데 단연 톱이다.

롯데월드타워WM센터는 고객 솔루션 제공에 중심을 맞췄다. 프라이빗뱅커(PB)들은 부동산을 비롯해 고객이 보유한 자산의 처분이나 취득, 고객 소유 기업의 자금조달이나 M&A 전략에 대해 직접 연구한 내용과 외부 컨설팅 자료를 취합해 고객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이 지점의 이만수 센터장은 "이 같은 솔루션의 실행 결과로 현금이 유입되면 자산관리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며 "고객의 요구 수익률에 맞춰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투자를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합병 등 영향으로 올해에만 지점 20여 곳을 폐쇄한 미래에셋대우는 서울과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 7곳의 IWC지점을 신설했다. 기업금융(Investment)과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기능을 결합한 IWC지점은 주식·채권 발행과 퇴직연금 등 기업의 자금조달과 근로자의 노후자금 운용에 특화돼 있다.
KB증권은 판교, 가산, 오창 등 전국 산업 거점 8곳에 기업투자금융(CIB) 센터를 운영 중이다.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하고 금융그룹의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복합점포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평가다. CIB센터는 중견·중소기업의 자금조달과 운용을 위해 만든 점포로 대출, 예금부터 기업공개(IPO), 구조화금융까지 종합 금융 솔루션을 제공한다. KB증권은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추가 설치를 검토 중이다.
특히 일부 지점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비상장기업과 상장을 앞둔 기업의 주식이나 전환사채(CB)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고객들에게 두둑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과 해외채권 등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매력도를 판단해 투자 타이밍을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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