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저축銀, 가계대출 줄이고 기업대출 늘린다
입력 2018-01-01 17:05  | 수정 2018-01-01 20:46
주요 저축은행들이 올해 기업자금 대출 비중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개인·가계대출 위주로 영업을 해온 저축은행들이 이제는 기업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대출규제 강화와 최고 금리 인하 등 규제도 저축은행들이 타깃 고객을 개인에서 기업으로 바꾸게 된 중요한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저축은행의 전년 대비 가계 대출 증가율을 상반기 5.1%, 하반기 5.4%로 각각 제한했다.
1일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금융당국이 더 심화된 대출규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대응 차원에서 기업대출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대출총량 규제 탓에 (기존 가계 대출로는) 영업 목표를 맞추는 데 애를 먹은 업체가 많았다"며 "기업 대출로 옮겨가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웰컴저축은행은 기업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존 조직을 재편하고 담당 직원도 추가로 채용했다.
저축은행들의 위기감은 수치로도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자산 규모 기준 10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애큐온·JT친애·OSB·유진·웰컴·모아·페퍼)의 지난해 1분기 대출잔액 2조795억원 중 가계자금 대출은 53.7%에 달하는 1조1169억원이었다. 기업자금 대출은 9315억원으로 약 44.8%에 불과해 약 9%포인트 차이가 났다. 그러나 총량규제 실시 이후인 3분기에는 총잔액 2조2400억여 원 중 가계자금 대출이 1조1385억원으로 50.8%, 기업자금 대출이 1조727억원으로 47.9%를 기록해 격차가 줄었다.

다음달 8일부터 시행될 최고 금리 인하(27.9%→24%)도 사업 재편을 촉발할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마저 높아져 저축은행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간 저축은행 업계는 최고 금리 수준으로 대출 가산금리를 운용해 이자 수익을 올린 곳이 많았다. 저축은행중앙회 가계신용대출 금리대별 취급 비중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10대 저축은행이 취급한 대출 중 연리 24% 이상이 평균 49.6%에 달했다. 웰컴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은 무려 81.81%, 76.43%의 대출을 24% 이상 금리로 제공했다. 최고 금리 인하가 시행되면서 이들 영업이 금지된다.
일각에선 대출규제로 저축은행들이 한꺼번에 개인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면 자칫 저신용·저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는 중금리 대출 시장이 축소돼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을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 소외계층을 받아들이는 게 저축은행 역할인데, 당국이 중금리 대출마저 총량 규제에 포함시킨 상황이라 결국 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당국이 정책상품인 사잇돌 대출을 장려하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사실상 역마진을 감수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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