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추자도 해상에서 전복사고가 난 저인망어선은 조업이 금지된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어선은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다 나포된 경주 감포 선적 흥진호와 비슷하게 자동위치발신장치(V-PASS) 신호도 출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전남 여수 선적 저인망어선 203현진호(40t)가 전복된 곳은 추자도 남쪽 15㎞ 해상으로 이곳은 저인망어선의 조업이 금지된 곳이다. 수산자원관리법은 어종 보호를 위해 제주 마라도를 시작점으로 서쪽으로 전남 홍도 서쪽 인근 지점을 연결한 안쪽 근해에서는 외끌이 저인망어선의 조업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사고 선박은 출항한 직후 V-PASS가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불법 조업 사실을 숨기려고 의도적으로 위치 발신기를 끈 것인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사고 선박은 지난달 28일 오전 5시 36분 제주시 한림항을 출항하면서 V-PASS로 자동 출항신고를 했다. 하지만 20분도 안 된 오전 5시 52분께 V-PASS 신호가 끊겼다. 이로 인해 현진호는 출항 직후부터 꺼진 V-PASS로 인해 전복사고 전후 아무런 조난 신고를 하지 못하고 승선원들이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구조만 기다렸다.
다행히 인근을 항해하던 선박이 오후 7시 18분께 전복선박을 발견, 해경에 신고하면서 구조작업이 이뤄졌다.
해경은 이번 사고가 어획물이 가득한 그물을 끌어올리던 중 너울성 파도를 맞아 배가 전복된 것으로 파악했다. 제주해경청 관계자는 "출항 당시부터 조업할 때까지 V-PASS 등에 의한 어선의 위치 신호가 전혀 없었다"며 "노출을 막으려고 그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현진호 승선원 8명 가운데 6명은 전복선박 발견 4시간여 만인 오후 11시 33분께 사고 지점에서 남동쪽으로 5.5㎞ 해상에서 구명벌에 탄 채 발견됐지만 1명은 숨졌다. 2명은 실종상태다.
[제주 =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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