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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정려원 "`마녀의 법정` 성범죄 묵직한 주제에 시청률까지 따라 계탔다"
입력 2018-01-01 07:36 
정려원은 `마녀의 법정`에서 7년차 에이스 검사 마이듬을 열연했다. 제공| 키이스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배우 정려원(36)은 옷 잘 입는 '패셔니스타'로 유명하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기했으나 주목받은 건 외적으로 보이는 트렌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려원은 드라마 소재로 다루기 까다로운 성범죄를 내세운 KBS2 '마녀의 법정' 주인공으로 나서 연기력을 다시 인정받았고, 작품은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려놨다.
정려원이 연기한 마이듬은 성고문 피해자인 어머니 곽영실(이일화 분)이 사라진 뒤 검사가 된 인물이었다. 승소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성폭력 가해자는 물론 공안 형사 출신으로 영파시 시장이 된 '절대 악인' 조갑수(전광렬) 앞에 서도 언제나 기죽지 않고 날을 세웠다.
"캐릭터의 힘이 있어서 출연을 결정하는 데 어렵지 않았어요. 성범죄는 사회에서 빈번하게 생기는 일인데,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죠. '누군가는 이런 작품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주제가 쉽지 않아 걱정도 많았는데, 시청률까지 따라와서 '계 탔구나' 싶었어요(웃음)."
정려원은 "여성 직장인들이 관례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사실은 옳지 않다'고 짚어주는 핀포인트가 된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멜로드라마가 강세를 띠는 가을에 방송돼 어두워 보이거나 시청자들이 재밌게 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가장 마음에 걸렸던 건 실제 피해자들이 '마녀의 법정'을 보고 지난 아픔을 떠올릴까였다.
"작품을 표현하는 데 항상 조심했죠. 실제로 피해를 겪은 분들이 보실 수 있어서 쉽게 장면들을 넘길 수 없더라고요.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루는 가이드라인이 좋았어요. 실제로 검사로 재직 중인 분에게 자문을 받기보단 정도윤 작가님이 3년 동안 쓴 극본을 잘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사건 현장과 더불어 법정 신이 많았던 '마녀의 법정'을 위해 정려원은 법정 영화나 드라마를 참고했다. 그는 인터뷰 중 직접 일어나 검사석이나 배심원 자리 위치를 짚어가며 설명했다. '마녀의 법정' 세트장 증인석과 배심원 자리가 예상보다 멀찍이 떨어져 있어 두 곳을 보면서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는 해설이 곁들여졌다.

'마녀의 법정'은 남성이 여성을 이끌어가는 통상적인 남녀 주인공 역할에서 벗어나 즉흥적이고 열정적인 마이듬의 뒤를 여진욱(윤현민 분) 검사가 받치는 것으로 그렸다. 여성이 주도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며 '성범죄'라는 주제가 남녀 성대결로 왜곡되는 것을 차단해 작품이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윤)현민이는 정말 배려심이 있는 친구예요. 연기할 때도 잘 맞았고요. 현민이 덕분에 마이듬을 잘 살릴 수 있었죠. 원래 제 성격은 마이듬과 정반대예요. 서로 마찰이 있을 때는 그 자리를 피하는 편이죠.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졸보인데, 마이듬이 상사의 잘못된 점을 쏘아붙일 때 진짜 통쾌하더라고요."
연기 외에 옷차림도 캐릭터에 맞게 구상했다. 통이 큰 바지를 입고 단화를 신으면서 서류가방만 단출하게 맨 마이듬은 모습만으로도 성격을 그대로 보여줬다. 정려원은 "옷이나 가방 신발도 여러 개를 준비하지 않고 돌려가면서 사용했다"고 했다. 마이듬에 맞게끔 겉치장을 최대한 자제한 것이다.
마이듬은 자신의 어머니를 성고문한 조갑수를 법정에 세우는 데 성공했다. 곽영실이 증인석에 앉아 조갑수가 법의 심판을 받으면서 '마녀의 법정'은 막을 내렸다. 16회 동안 이를 위해 달려왔던 만큼이나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마이듬이 재판부에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 주고, 피고인에게 조금 더 냉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다면 한 여자의 불행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하는 게 16회 동안 제작진이 하고 싶었던 말이었죠.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어요."
정려원은 2002년 이후 KBS 미니시리즈는 '마녀의 법정'이 처음이었다. KBS2 아침드라마 '색소폰과 찹쌀떡'으로 연기에 발을 내디뎠으나 그동안 KBS와 인연은 닿지 않았다.
"15년 전 KBS에서 아침드라마로 데뷔한 이후 다른 대본에 끌리거나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KBS 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했네요. '마녀의 법정'이 KBS 한 해에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돼 좋죠. 무엇보다 인기로 상을 받은 적이 없어서 인기상을 받고 싶어요(웃음)."
정려원은 '마녀의 법정'으로 31일 열린 '2017 KBS 연기대상'에서 소원도 풀었다. 마이듬 검사 역을 맞춤옷처럼 소화해 이유리, 남궁민과 함께 최우수연기상을 받았고, 극중 파트너 윤현민과 인기상 중 하나인 베스트커플상도 받았다. 시상식은 2018년 무술년(戊戌年) 1월 1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새해 출발이 좋은 정려원이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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