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사담당이 조카 뽑아주고, 응시자가 기관장과 사전면담도…지방공공기관 채용비리 1476건 적발
입력 2017-12-28 16:08 

지방공기업인 A 기관은 지난 2015년 계약직 직원 1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인사담당 팀장의 조카가 채용에 응시했는데도 임용 및 인사 등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았다. 결국 이 인사담당자가 끝까지 채용 과정을 챙기자 인턴으로 선발된 해당 사원은 채용 1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B 기관에서는 2016년 신입공개채용 시 이전 예비합격자를 예비합격자 순위를 조정해가면서까지 무시험으로 채용했다. 채용된 사람은 기관장과 친분이 있는 특정인의 아들이었다.
C 기관은 올해 신규직원 공개채용 시 1위 득점자의 평가점수를 집계표에 낮게 기재해 불합격 처리하는 대신, 2위 득점자를 채용했다. D 기관의 경우 2015년 직원 채용시 응시자가 기관장과 사전 면담을 하는가 하면 합격자 발표 전 기관장의 묵인하에 미리 근무를 시작한 사실도 발견됐다. 이 응시자는 면접심사 내부위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는 등 사전 접촉하기도 했다.
28일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공기관 824개 중 최근 5년 동안 채용실적이 있는 659개 기관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특별점검을 벌인 결과 72%인 475개 기관에서 모두 1476건의 비위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 보면 모집공고 위반이 가장 많았다. 입맛에 맞는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해 모집공고를 부적법하게 하거나 꼼수를 부린 사례들이다. 한 기관은 채용공고를 내면서 채용자격 기준을 '학사학위 취득'에서 '석사학위'로 임의로 상향해 특정인을 채용했고 다른 기관은 법정에서 정한 자격보다 과도한 조건을 내걸어 사실상 특정인을 위한 채용 과정을 밟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기관은 채용 절차별 합격자 수를 15배수로 정한 방침과 다르게 최대 30배수까지 늘리는 방법 등을 동원하기도 했다. 결국 첫 단계에서 탈락이 돼야 할 사람을 1차에서 합격시킨 뒤 최종까지 합격자로 처리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또 다른 기관은 채용공고 시 자격요건을 ‘관련 분야 경력 3년 이상'으로 해 놓고도, 정작 선발한 사람은 ‘1년 6개월'밖에 되지 않는 경력 미달자를 채용한 사례도 있었다.
심사위원 구성을 적법하지 않게 한 경우도 많았다. 모 지방 공공기관은 서류전형 및 면접시험 심사위원으로 포함되어서는 안되는 기관 내 상임이사와 팀장이 버젓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특정인을 뽑기도 했다. 위원구성 부적절은 216건에 달했다.
그밖에 규정 미비 164건, 부당한 평가 기준 125건, 선발 인원 변경 36건 등의 순으로 비위 행위가 많이 적발됐다. 행안부는 부정지시나 서류조작 등 채용비리 혐의 사례 중 102건에 대해서는 감독기관인 시·도(시·군·구 포함)에 통보해 문책(징계)을 요구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위 A~D 기관 등 24건은 각 관할 지방경찰청에 수사의뢰하고, 향후 결과에 따라 '채용(합격) 취소' 등 별도 처분을 감독기관에 요구할 방침이다.
행안부는 앞으로 채용비리가 근절되도록 채용 비위자에 대한 처벌기준 및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방공기업법 및 출자·출연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시험 유형별 평정기준, 시험위원 위촉기준 등을 담은 가칭 '지방 공공기관 인사·채용 업무처리 지침'도 제정하기로 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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