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000엔(약 2만원)만 내면 각 지역 특산물을 선택해 받을 수 있는 일본의 독특한 기부 문화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흔한 일본 회사원의 공짜로 먹는 새우튀김"이라는 글이 올라와 조회수 7만 건을 돌파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글을 올린 작성자는 일본 각지에서 난 특산물을 지자체로부터 무료로 받았다고 밝혀 누리꾼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홋카이도산 털게를 소개하며 "대도시 슈퍼에는 팔지도 않는다"며 "일본(시장)에서 흔하게 파는 대게나 왕게보다 훨씬 맛나다"고 말했다. 또 갓 잡은 듯 싱싱한 구마모토산 보리새우 사진을 올리며 "냉장 택배로 왔는데 살아있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며 실감 나는 후기를 전했다.
작성자가 시장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음식을 즐길 수 있었던 건 일본의 독특한 제도인 '고향납세'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고향납세는 기부 형태의 납세로 원하는 지역에 2000엔 이상 기부를 하면 기부액에 상응하는 만큼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해산물이나 고기, 전통술 등 지역 농·특산물이 답례품에 해당한다. 작성자는 8만엔(약 75만원)이 넘는 액수를 기부해 훗카이도·쿠마모토 등의 지역으로부터 털게 1kg과 보리새우 1kg, 숙성 와규 1.8g, 감귤 10kg, 오리고기 2kg 등을 받았다.
일본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도시와 지방의 세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08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기부자들은 각 지자체가 내놓은 정책이나 지원 활동을 보고 마음에 드는 지역을 선택해 기부한다. 기부 한도는 연간 소득과 가족 구성에 따라 다르다.
해당 제도는 총 기부액 중 2000엔을 뺀 나머지를 다음 해 소득세와 주민세에서 일부 공제한다는 점에서 기부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세금으로 감면 받는 금액을 감안하면 최소 2만원 안팎으로 원하는 지역의 특산물을 배송비 없이 무료로 시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성자는 "(기부한 돈이) 세금으로 나가는 거지만 이런 식으로 한 푼이라도 돌려받으니 좋은 것 같다"고 참여한 소감을 말했다.
실제로 고향납세제도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고향납세로 모은 기부금은 총 2844억엔으로 2015년에 비해 약 2배가 늘어났다. 6년 전 기부액인 67억엔에 비하면 40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4월 강진이 발생한 규슈 구마모토현에는 한 달만에 22억8000만엔이 몰리며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고향납세의 순기능이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에서도 최근 이와 유사한 '고향사랑 기부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내년 상반기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2019년부터 고향 사랑 기부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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