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인터뷰] 13년을 달려온 '문성실의 심플레시피'…"블로그는 제가 매일 채워가는 무대였죠."
입력 2017-12-26 16:27  | 수정 2017-12-27 02:27
파워블로거 문성실씨

"쌍둥이 아이들을 키우며 집에만 있다 보니 답답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때 동네 이웃들에게 반찬을 나눠주는 걸 워낙 좋아했어요. 돈까스 200개까지 만들어주기도 했죠. 그러다 우연히 매일 해먹은 걸 블로그에 올렸죠."

2004년, 블로그를 처음 열었던 때를 떠올리며 파워블로거 문성실씨가 한 말이다. 쌍둥이 아들의 육아에 지쳤던 그녀는 주위 사람들과 맛있는 요리를 나눠 먹으며 기쁨을 느꼈다고 했다. 요리는 단조로웠던 그녀의 삶에 한 줄기의 빛이었고 그녀는 그 빛을 점점 키워갔다.

스팸깻잎전

그 당시 개념조차 생소했던 블로그에 요리에 대한 즐거움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녀는 본인의 이름 '문성실'처럼 매 순간 성실했다. 블로그에 매일 해먹은 걸 꾸준히 올렸다. 대학시절 공예학을 전공한 솜씨를 발휘해 매 포스팅마다 공과 품을 꽉꽉 채우려 했다고 한다. 블로그 이웃의 응원에 보답하고 싶었고, 또 사람들이 간단한 요리를 먹고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고 한다. 블로그 이름이 ‘심플레시피인 이유기도 하다. 그녀는 아직도 꾸준히 블로그에 ‘스팸깻잎전과 같이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블로그를 오픈한 지 약 7~8개월 무렵 첫 요리서적 <쌍둥이 키우면서 밥해먹기>(2006)을 출간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당시 그녀가 출간한 저서는 블로거가 출간한 국내 최초의 책이라고 한다. 그녀는 책 출판을 ‘잉태라는 개념에 비유했다. 엄마가 아이를 약 10달 동안 품듯 그녀는 책이라는 자식을 꼬박 10달 동안 품고 안았다고 밝혔다. 쉬지 않고 지혜를 모았고 책에 담았다고 한다.

문성실씨가 집필한 <문성실의 마이 베스트 레시피>(2016)

최근 신작으로는 <문성실의 마이 베스트 레시피>(2016)가 있다. 그녀는 QR코드로 요리 동영상을 함께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독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성실의 자식과도 같았던 역대 베스트 요리 레시피를 엄선해서 묶은 책이다. 따끈한 국물요리부터 계란말이, 명란파스타 등 다양한 요리가 실려있다.

"생산자와 상품을 키워내는 사업을 계속해서 해나갈 거지만 나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내가 먹고 싶고, 문성실의 손맛이 담겨있는 상품을 만들고 싶어서 ‘문쓰키친을 런칭하게 됐어요"

또한 '푸드샵' 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그녀는 매일 모든 상품을 직접 써보고 먹어보고 산지를 직접 다니며 상품을 찾아 다닌다. 300회 넘게 미팅을 하며 엄선한 상품들을 판매한다. ‘문성실을 믿는 소비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흔적이다.

"시간 참 빨라요. 블로그 시작할 때 18개월이었던 아이들이 이젠 사춘기랍니다."

문성실씨가 블로그를 시작한 지 어느덧 13년이 됐다. 쌍둥이들이 18개월 때부터 시작했는데 지금 그 아이들이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평범한 엄마로 불렸던 ‘문성실씨는 어느새 엄마, 파워블로거, 그리고 이사라는 세 가지의 이름으로 불린다. 지난 13년 동안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처럼 그녀는 바빴다. 하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이 세가지 역할을 잘 해내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제가 아이들 시험 끝나면 친구들이랑 파티도 해주고 하다 보니 아주 편한 ‘쿨한 아줌마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직업체험 숙제가 있으면 꼭 친구들과 오는데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뿌듯하죠."

그녀는 바쁜 와중에도 쌍둥이 아이들의 파티도 자주 해주며 사춘기 아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얼마 전에는 모델 지망생 아들의 카메라 오디션에도 동행했다고 한다.

파워블로거 문성실씨

"죽을 때까지 블로그를 이어가고 싶어요.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그간의 역사와 추억이 담겨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제일 무서운 건 블로그 서비스가 없어지는 거예요.(하하)"

문성실씨는 본인에게 블로그란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를 한 분야의 전문가로 만들어준 무대라고 말한다. 점과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과 선이 모여 면이 된다. 이처럼 그 동안의 크고 작은 노력과 간편하고 맛있는 요리를 알리겠다는 마음은 그녀를 파워블로거의 길로 이끌었다. 파워블로거 1세대로서 블로그계에 굵은 획을 또렷이 그은 그녀지만 그녀는 여전히 배고프다.

"언젠가 '문성실의 시네마 식당' 같은 작은 식당에서 요리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그러다 기력이 떨어지고 7-80대가 됐을 땐 네팔의 에베레스트 산 아래서 빵도 굽고 커피도 내리며 등산객들에게 밥을 대접하고 싶어요."

이제는 블로그를 넘어 요리로 넓은 세상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역사는 하루 아침에 오지 않았다. 오늘의 밤도 어제의 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문성실씨가 파워블로거, 사업가, 슈퍼맘으로서 이룬 성공도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그녀의 눈빛은 밝게 빛났다. 훗날 에베레스트에서도 그녀의 눈빛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MBN 뉴스센터 오현주, 김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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