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말바꾼 공정위 탓…삼성물산 시총 1.4조 증발
입력 2017-12-22 16:01  | 수정 2017-12-22 21:08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해 안정적으로 실적을 키워오던 삼성물산이 돌연 터져나온 '공정거래위원회발 악재'에 시달리며 최근 이틀 새 1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지난 21일 공정위가 법 해석을 바꾸면서 삼성SDI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오버행(대량 대기 매물)으로 삼성물산의 주가는 단기 약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중장기로 보면 오히려 지배구조가 강화돼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물산 주가는 이날 12만2000원으로 마감해 전날 대비 3.1% 하락했다. 공정위가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진행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전원회의를 연 지난 20일 종가와 비교하면 주가가 5.7% 빠졌다. 이 기간 삼성물산 시총이 1조4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의 배경에는 공정위의 갑작스러운 법 해석 변경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공정위는 2015년 발표했던 순환출자 규제 기준을 새로 변경하며 삼성SDI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확보한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년 전 법 해석을 너무나 손쉽게 바꾸면서 삼성물산 투자자는 물론 여의도 증권가에 큰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이달 코스피 약세 행진에다 '오버행' 악.재까지 떠안은 삼성물산 주가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같은 주가 하락을 중장기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적 대비 저평가된 주가가 추가 하락하면서 투자 위험도가 낮아진 데다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오히려 삼성물산 지배구조가 더욱 단단해질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 당시 371억원이었던 삼성물산 영업이익은 작년 1395억원에 이어 올해 8546억원(에프앤가이드 추정)에 달할 전망이다. 작년 대비 올해 이익이 6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여기에 삼성물산의 지배구조를 보면 삼성SDI가 보유 지분을 팔아도 중장기적으로 오너의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심지어 내년 하반기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 물량을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사들여 지배력을 더 높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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