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내년부터 대학생들 연구·논문 대란 오나…
입력 2017-12-21 16:39  | 수정 2017-12-21 16:59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대학교 학생들이 내년부터 도서관에서 국내외 유명 논문을 열람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논문을 대학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전자정보자료 공급업체가 대학들과의 협상에서 수천만원의 가격인상을 요구했고, 협상을 일임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컨소시엄이 계약을 보이콧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1일 매일경제 취재결과 대교협 컨소시엄은 지난 11일 전국 대학교와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에 '대교협 컨소시엄 협상결렬 3개 품목 보이콧에 따른 대응 방안 및 후속조치 안내'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컨소시엄은 대교협과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대도연)가 전자정보공급 업체와의 계약을 위해 구성됐다. 지난해부터 협상에 나서고 있다. 올해 역시 협상 결렬 업체 3곳을 제외한 36개 업체와의 계약은 마쳤다.
컨소시엄측은 협상이 결렬된 것이 이용률 상위 3개에 해당하는 업체들이 막무가내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협상이 결렬된 업체는 3곳은 사이언스다이렉트(ScienceDirect), DB피아, KISS으로 교수·대학원색·학부생을 중심으로 열람 이용수가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곳들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될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사이언스다이렉트의 경우 국내 대학의 평균 전자자료 구입비용 중 31%를 차지할만큼 압도적으로 많은 비용을 받고 있다. 그런 사이언스다이렉트가 4.5%의 인상률을 제시했고, 가장 높은 비용을 지출하는 서울대는 구매금액이 지난해 21억4876만원에서 올해 22억4545만원으로 9669만원이나 상승했다. 이밖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7285만원,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가 6757만원으로 모두 수천만원대 인상액을 제시받았다. 컨소시엄측은 "사이언스 다이렉트는 지난 5년간도 연평균 7%의 가격 인상률을 보였다"며 "가장 비용 지출이 큰 업체가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리면 수년내 해당업체가 전체 지출의 5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사이언스다이렉트의 이같은 가격 책정 이유가 대교협측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절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컨소시엄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전자정보 비상대책위원회측은 "왜 서울대가 가장 높은 가격을 내야 하는지, 인상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업체측에서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사이언스다이렉트측이 오픈 액세스(Open Access·OA) 자료에 대한 환급조건 역시 문제삼고 있다. 유료였다가 무료 공개로 전환된 논문은 이미 낸 금액에 대해선 환급해줘야 하는데 아무런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OA 자료에 대한 환급은 물론이고, 사이언스다이렉트측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다가 삭제된 논문이 있을 경우에도 그 가격을 빼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다른 논문을 구독하도록 하는 불공정한 계약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급격한 가격 인상은 DB피아와 KISS의 계약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이언스다이렉트가 주로 해외 유명 논문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나머지 두 업체는 주로 국내 연구단체나 학술논문을 제공하는 곳이다. 학부생들의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두 업체 역시 사이언스다이렉트와 마찬가지로 지난해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 심지어 인상률 제시안은 평균 9~19%로 더 높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들업체는 국내 논문의 가치를 해외수준으로 맞출 필요가 있다며 20%에 가까운 인상률을 요구하며, 컨소시엄과의 협상에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컨소시엄의 계약 보이콧 결정에 학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사이언스다이렉트의 대만지사의 경우 학교들이 보이콧하자 자세를 바꿔 협상에 응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컨소시엄이 긴급 실시한 보이콧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학교 130개 중 보이콧이 필요하다고 밝힌학교가 107개로 81.9%를 차지했다.
다만 이들 업체측은 "지난해보다 확보한 논문의 수가 늘었고, 학생들의 이용률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엘스비어 한국지사 전용수 대표는 "협상을 통해 당초 제시안보다 낮은 3.9% 인상으로 이미 낮춘 상황"이라며 "이마저도 대학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계약을 하기 때문에 할인된 가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학교별로 가격이 다른 것은 2000년 최초 계약 당시 학교별로 협의가 된 것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며 "OA자료 등 문제는 글로벌 계약에 맞춘 것으로 설령 논문이 추가된다고해서 비용을 중간에 더 받지 않는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DB피아와 KISS 측은 "우리 업체의 가격은 인상률을 고려한다해도 100만~200만원 수준이 인상될 뿐"이라며 "실제 이용률은 국내 논문이 높은데 해외 논문에 비해 낮은 가격을 받는 것은 국내 학계에도 불합리하다는게 우리의 철학"이라고 밝혔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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