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맹희 혼외자` CJ 상속 유류분 청구 모두 기각

CJ 가문 재산을 둘러싸고 2년 넘게 벌여온 상속 다툼에서 법원이 CJ 이재현 회장 일가 측의 손을 먼저 들어줬다.
21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신헌석 부장판사)는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자 이 모씨(53)가 이재현 CJ 회장 삼남매와 이 명예회장 부인 손복남 고문(84)을 상대로 제기한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이 씨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인 이 명예회장과 영화배우 박 모 씨 사이에서 혼외자로 태어나 삼성이나 CJ와 무관한 삶을 살다가 지난 2004년 이 명예회장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냈다. DNA 검사 끝에 2006년 대법원의 친자 인정을 받은 이 씨는 지난 2015년 10월 2억100원을 청구하는 이 소송을 제기했다. CJ그룹의 토대가 된 차명주식의 현재가치를 약 2조5000억원으로 평가하고 이 씨가 청구할 수 있는 유류분은 2300억 원으로 산정한 뒤 우선 2억여원을 청구한 것이다.
이 씨 측은 이맹희 명예회장을 거쳐 이재현 회장에게 상속된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차명재산의 상속분이 자신에게도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씨 측은 "법적 평가로는 이병철 회장의 유언이 없었으므로 그의 재산은 아들 이맹희 회장에게 자연 상속됐고, 이어 이재현 회장에게 증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CJ 측은 재판에서 "이맹희 명예회장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만큼 유류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창업주의 실명 재산이 이 명예회장이 아닌 손 고문에게 상속돼 이 씨와는 관계가 없고, 차명재산은 이 씨 측이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해 승소에 성공했다.
유류분 소송을 낼 상속인 자격을 유지하고자 이 명예회장의 자산 1억여원과 채무 32억여원을 상속받았던 이 씨는 이번 소송에서 패소해 채무만을 떠안을 수도 있게 됐다.
[임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