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유상증자 규모가 13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작년보다 2조원이 늘어난 수치로 하반기에 굵직한 유상증자가 몰려 최근 주식시장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 상승기에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는 주가의 호재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최근 유상증자는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급한 불'을 끄거나 투자 목적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증자 목적을 잘 살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거래소에 의뢰해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코스피 상장사의 유증 발행 및 계획 규모를 살펴보니 13조4617억원에 달했다. 작년 전체 규모(11조4114억원)보다 18% 증가한 수치다. 2015년 유상증자 발행 규모가 7조271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1.9배나 늘어난 것이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을 말하는데 투자자들은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확보하기 위해 돈을 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하는 것보다 조달 비용이 싸기 때문에 선호되는 방식이다.
특히 올 들어 유상증자는 작년보다 건수가 줄었는데 발행 규모는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이례적이다. 2014~2016년 유상증자 건수는 코스피 기준으로 매년 120건이 넘었으나 올해는 105건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올 들어 대규모 유상증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1조원이 넘는 유상증자 계획이 속속 발표되는 등 대규모 증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주식시장 강세장에선 유상증자가 호재로도 인식되지만 최근에는 다소 불분명한 증자 계획도 섞여 있기 때문에 반드시 증자 목적을 잘 살펴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 하반기에 유상증자를 발표한 상장사들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자들의 근심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과 주가 폭락으로 '유상증자=주가 악재' 공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 수주 부진으로 빚이 쌓이자 이달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증자 목적으로 일단 차입금을 갚는 등 향후 위기에 대비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내놨다.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시점에 막대한 유상증자 규모에 놀라 주식을 팔아치우는 데 급급했다. 지난 6일 공시 이후 18일까지 삼성중공업 주가는 42.8%나 급락했다.
공시 직전까지 삼성중공업 투자자들은 내년 장밋빛 전망에 기대고 있었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중공업은 399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되지만 내년에는 적자 폭이 절반으로 줄어든 1816억원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삼성중공업에 대해 유가 상승에 따른 해양 플랜트 수주 증가, 구조조정 효과를 감안해 매수 추천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재무 건전성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중공업의 9월 말 현재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513억원인데 1년 내 갚아야 할 빚(단기차입금)은 1조7332억원에 달한다. 빚이 현금보다 3.8배나 많다. 부채비율도 116.2%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종 중 삼성중공업을 매수 추천 1순위로 올려 놓는 증권사도 있을 정도로 삼성중공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며 "유상증자 소식에 증권사나 투자자 모두 놀랐다"고 밝혔다.
카카오도 이달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공시하자 주가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보유한 현금과 증자를 통해 모은 돈을 국외 M&A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는데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단 인수·합병(M&A)하겠다는 구체적인 후보군이 나오지 않아 투자자들의 궁금증만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상선은 시설투자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지만 일부 청약 미달이 나오면서 실제 모은 자금은 5560억원에 그쳤다. 이 자금으로 컨테이너선에 투자할 계획이지만 투자자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9월 말 부채비율이 441.4%나 되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대규모 증자를 하면서 '시설투자' '운영자금'이란 간단한 목적만 공시하고 있어 이게 호재인지 악재인지 판단이 어렵다"며 "유상증자가 기존 주주들의 주식 보유 가치를 떨어뜨리는 만큼 보다 구체적인 증자 목적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거래소에 의뢰해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코스피 상장사의 유증 발행 및 계획 규모를 살펴보니 13조4617억원에 달했다. 작년 전체 규모(11조4114억원)보다 18% 증가한 수치다. 2015년 유상증자 발행 규모가 7조271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1.9배나 늘어난 것이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을 말하는데 투자자들은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확보하기 위해 돈을 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하는 것보다 조달 비용이 싸기 때문에 선호되는 방식이다.
특히 올 들어 유상증자는 작년보다 건수가 줄었는데 발행 규모는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이례적이다. 2014~2016년 유상증자 건수는 코스피 기준으로 매년 120건이 넘었으나 올해는 105건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올 들어 대규모 유상증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1조원이 넘는 유상증자 계획이 속속 발표되는 등 대규모 증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주식시장 강세장에선 유상증자가 호재로도 인식되지만 최근에는 다소 불분명한 증자 계획도 섞여 있기 때문에 반드시 증자 목적을 잘 살펴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 하반기에 유상증자를 발표한 상장사들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자들의 근심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과 주가 폭락으로 '유상증자=주가 악재' 공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 수주 부진으로 빚이 쌓이자 이달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증자 목적으로 일단 차입금을 갚는 등 향후 위기에 대비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내놨다. 투자자들은 예상치 못한 시점에 막대한 유상증자 규모에 놀라 주식을 팔아치우는 데 급급했다. 지난 6일 공시 이후 18일까지 삼성중공업 주가는 42.8%나 급락했다.
공시 직전까지 삼성중공업 투자자들은 내년 장밋빛 전망에 기대고 있었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중공업은 399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되지만 내년에는 적자 폭이 절반으로 줄어든 1816억원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삼성중공업에 대해 유가 상승에 따른 해양 플랜트 수주 증가, 구조조정 효과를 감안해 매수 추천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재무 건전성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중공업의 9월 말 현재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513억원인데 1년 내 갚아야 할 빚(단기차입금)은 1조7332억원에 달한다. 빚이 현금보다 3.8배나 많다. 부채비율도 116.2%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종 중 삼성중공업을 매수 추천 1순위로 올려 놓는 증권사도 있을 정도로 삼성중공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며 "유상증자 소식에 증권사나 투자자 모두 놀랐다"고 밝혔다.
카카오도 이달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공시하자 주가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보유한 현금과 증자를 통해 모은 돈을 국외 M&A에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는데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단 인수·합병(M&A)하겠다는 구체적인 후보군이 나오지 않아 투자자들의 궁금증만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상선은 시설투자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지만 일부 청약 미달이 나오면서 실제 모은 자금은 5560억원에 그쳤다. 이 자금으로 컨테이너선에 투자할 계획이지만 투자자들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 9월 말 부채비율이 441.4%나 되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대규모 증자를 하면서 '시설투자' '운영자금'이란 간단한 목적만 공시하고 있어 이게 호재인지 악재인지 판단이 어렵다"며 "유상증자가 기존 주주들의 주식 보유 가치를 떨어뜨리는 만큼 보다 구체적인 증자 목적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