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400억 기술수출한 한올바이오파마 항체신약 뭐기에
입력 2017-12-20 15:13 
한올바이오파마는 자가면역질환 항체신약 후보물질 `HL161BKN` 을 미국 로이반트 사이언스에 5억250만 달러(약 5450억원) 규모에 기술이전했다고 밝혔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가운데)가 개발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올바이오파마]

대웅제약 자회사이자 신약개발기업인 한올바이오파마(대표 박승국 윤재춘)가 자가면역질환 치료 항체신약으로 미국 제약바이오기업과 54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9월 중국 제약사 하버바이오메드에 8100만달러(약 900억원·안구건조증 치료물질 수출금액도 포함)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한 데 이어 올들어서만 두번째다. 두 번의 기술수출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이 회사가 임상 1상 개발중인 자가 면역질환 치료 항체신약 'HL161BKN'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미국 제약바이오기업 로이반트 사이언스(Roivant Sciences)에 HL161BKN에 관한 북미와 중남미, 영국과 스위스를 포함한 EU 국가 및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사업권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공시했다. 계약금은 3천만달러(약 325억원), 5년에 걸쳐 분할 수령하게 될 연구비는 최대 2천만달러(약 217억원)다. 이후 임상 단계가 진행되고 의약품 품목 허가, 적응증 추가, 목표 매출액 돌파 등 조건을 달성할 때마다 받게 되는 마일스톤 총액이 4억5250만달러(약 4600억원)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되면 매출에 따라 경상기술료(로열티)도 별도로 받는다.
HL161BKN은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근무력증이나 천포창, 만성 혈소판감소증, 시신경척수염, 다발신경병증, 루프스신염 등 중증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로 주목받는다.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는 바이러스 같은 병원균이 들어오면 몸 속의 항체가 이들을 공격해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 자가면역질환에 걸리면 항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기 자신을 공격하면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자가면역질환이란 몸 속에 일종의 '반란군'이 나타난 것인데, 이렇게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항체를 병원성 자가항체(pathogenic autoantibody)라고 부른다"며 "병원성 자가항체 농도를 낮추면 증세도 같이 완화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HL161BKN이 이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의 모든 부위가 공격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되는 병만 약 100여 개에 달한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병이 대부분이다. HL161BKN이 잇따라 글로벌 기술이전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질병의 치료제 개발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려면, 환자의 혈액을 체외로 빼내어 자가항체를 걸러낸 뒤 다시 넣어주는 방법(혈장분리반출술)과 약 1000명의 혈액으로부터 모은 항체분자(면역글로불린)을 정맥 투여해 자가항체를 희석시키는 방법을 써야 한다. 기존 치료법에 많은 비용이 들고 환자의 고통과 부작용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작년 미국 시장규모는 75억달러(약 8조원)에 이르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HL161BKN은 자가항체를 몸 속에 축적시키는 'FcRn'이라는 수용체를 억제해 자가항체를 제거하는 새로운 방식의 항체신약이다. 현재 HL161BKN에 대해 호주에서 임상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HL161BKN은 새로운 타겟(Novel target)에 최초로 도전하는 신약으로, 중증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파트너십을 가지고 우리 제품에 집중해 신속히 개발할 있을 것으로 보이는 로이반트의 사업 모델과 기업 구조, 경영진의 혁신성이 마음에 들어 파트너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로이반트는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두고 뉴욕에서 활동하는 규모가 가장 큰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직접 연구하지 않고 유망한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하는 방식) 모델의 글로벌 바이오기업이다. 치료제를 기술이전할 때마다 질환 영역별로 6개의 자회사를 설립해 GSK,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다케다, 에자이, Vertex 등 대형 제약사로부터 인수한 10종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사업화하고 있다. 로이반트는 이번에 기술이전한 HL161BKN을 사업화하기 위해 별도로 자가면역질환 전문 자회사를 추가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설립한 이래 26억달러의 자금을 투자 받았으며, 올해 8월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단일 바이오벤처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11억달러를 투자받아 화제가 됐다. HL161BKN 항체신약 연구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에서 지난 2012년 9월부터 2017년 6월까지 32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개발됐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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