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역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이 각각 트럼프발(發) 통상 압박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주춤한 사이 베트남과의 교역이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로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11월 베트남과의 교역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585억달러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한국의 세계 교역 증가율(17.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두 나라 간 교역은 2015년 12월 20일 한·베트남 FTA가 발효된 이후 3년 연속 증가해 베트남은 한국의 4위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올해 1~11월 수출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현지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소재 등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48.4% 급증했다. 특히 삼성전자 등 전자업체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면서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전자기구부품 등 4대 전자부품이 전체 수출의 46.7%를 차지했다. 베트남으로부터 수입은 무선통신기기, 의류, 신변잡화 등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29.2% 증가했다.
한국의 베트남 수입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늘면서 지난 10월 기준 22.3%를 기록해 1위인 중국과의 격차를 4.9%포인트로 줄였다. 한국은 1988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베트남에 총 545억달러(6130건)을 투자해 베트남에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가 됐다.
한편 매경미디어그룹은 한·베트남 수교 25주년을 맞아 지난 5~6일 하노이 롯데호텔에서 '매경 베트남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찐딘중 베트남 부총리는 "1992년 수교 당시 5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양국 교역 규모가 올해 600억달러로 10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이라며 "두 나라 정상이 합의한 대로 '2020년 교역 1000억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중심 협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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