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강박·사생활 제약·미래 불안감"…아이돌 육성 시스템 점검해야
샤이니의 종현이 사망하면서 가요계가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종현이 디어클라우드 멤버 나인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개된 유서에서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고 마음의 병을 토로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10대부터 평가와 경쟁에 내몰리며 기획사의 철저한 관리 하에 활동 중이고,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양산될 정도로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육성 시스템의 문제점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 기획사 관리하에 거대 자본 투입해 육성…연습생부터 성공까지 경쟁 또 경쟁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가요 시장이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여느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체계입니다.
보통 해외 팝 시장에서는 탁월한 재능이 있는 '원석'을 발굴해 데뷔시키는 것과 달리, 국내 기획사들은 오디션을 거쳐 뽑힌 연습생을 수년에 걸쳐 노래와 춤, 연기, 언어 등을 트레이닝하고 그 안에서의 경쟁을 통해 해외에서도 통할 팀을 조합한 뒤 음악 시장에 첫선을 보입니다.
연습생들은 매월 성취도를 평가받은 끝에 데뷔조에 뽑히고, 팀워크와 바쁜 스케줄의 기동력을 위해 대부분 숙소 생활을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숙소에서 다수의 멤버와 부대끼게 대고 기획사의 관리에 놓이면서 사생활은 거의 없게 됩니다.
한 마디로 이 시스템은 기획사가 기획해 수년에 걸쳐 가수를 육성하고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과거에는 5인조 이상의 한 팀이 데뷔하기까지 레슨비, 숙소비, 앨범과 뮤직비디오 제작비, 마케팅비 등을 합해 평균 15억~20억원의 비용이 투입됐지만, 현재는 기획사마다 편차가 있더라도 많게는 30억~50억원까지 들어간다는 것이 가요계의 설명입니다. 시간과 큰 자본이 투입되다 보니 성공과 인기 유지를 위해 이미지에 금이 가지 않도록 회사나 가수 모두에게 엄격한 관리가 요구됩니다.
해외 언론에서는 한국의 이러한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1년 샤이니를 비롯한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SM타운' 합동 공연을 열었을 당시 현지 유력지 르몽드는 "음악을 수출품으로 만든 제작사의 기획으로 길러진 소년과 소녀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도 종현의 사망 보도에서 한국 유명인들이 악명 높은 중압감에 시달린다면서 "한국에서 가수들은 소속사의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을 보유한 한 기획사 대표는 19일 "표준계약서 도입으로 가수들의 권리와 자율성에 대한 보장은 확대됐지만, 가수나 회사가 오랜 시간 하나의 목표로 뛰었기에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도록 늘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16년 경력의 한 아이돌 기획사 본부장도 "그룹이다 보니 멤버 개인의 음악 취향보다는 기획사가 추구하는 팀 컬러나 음악적인 방향에 맞게 멤버들을 조합하게 된다"며 "아이돌 그룹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이전보다 완성형 아이돌 그룹을 선보이려 하니 회사나 가수들의 압박감이 더 커졌다"고 언급했습니다.
◇ 성공 강박·사생활 노출과 미래 불안감…기획사들 "심리상담과 병원치료 병행"
운 좋게 데뷔란 꿈을 이루더라도 아이돌 가수들은 성공에 대한 강박, 사생활 노출과 익명성을 무기로 한 '악플'(악성 댓글)의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또 다른 압박감에 놓입니다.
가요계에서 20년간 종사한 한 관계자는 "성공할수록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고, 과도한 도덕성을 요구하니 '악플'이 두려워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며 "샤이니급 정도의 글로벌 스타가 될수록 개인으로서 숨을 쉬고 성취감도 누릴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관계자는 이어 "또 아이돌 가수는 수명이 있으니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란 막연한 불안감에도 놓인다"며 "KBS 2TV '더유닛' 등의 아이돌 프로그램에서 보듯이 인기가 없으면 없는 데로 우울하고 잘 돼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종현은 심리적인 불안의 에너지가 강했던 탓인지 사실 그 어떤 아이돌 가수보다 작사·작곡에 열을 올리며 음악에 전념했고, 라디오 DJ를 맡고, 책도 쓰는 등 활동을 열심히 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이돌 가수들의 심리적인 문제는 지난 수년간 지적됐고 대형 기획사들은 아이돌 가수를 위한 심리 상담을 교육 프로그램에 넣는 등 관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신인 아이돌 그룹이 있는 한 기획사 홍보팀장은 "요즘은 심리 상담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기획사도 가수가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할 경우 병원 치료를 권하고 있어 실제 병원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팀을 보유한 기획사 홍보이사 역시 "심리적인 고충을 토로하거나 이상징후가 보일 경우 상담사나 전문의에게 치료받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6월 걸그룹 AOA를 탈퇴한 멤버 초아는 "불면증과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약도 먹어보고 2년 전부터 스케줄을 점점 줄여왔지만, 피곤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결국 모든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고 토로했습니다.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빅뱅 탑의 변호인도 공판에서 "최승현(탑의 본명) 씨가 평소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 왔는데 입대를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고 충동적으로 범행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걸그룹 EXID의 하니는 한 케이블 예능에서 "EXID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서 연습생 시절 친구들과 경쟁해야 했던 현실을 언급하고는 "심리 상담사가 돼 아이돌 연습생들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최병하 여주 세민병원 과장은 "어린 나이부터 연습생 생활을 한 아이돌 가수들은 인간의 발달 단계 중 청소년기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며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얻어지는 성숙 단계에서 동떨어져 성인이 되어 심리적인 부분에서 취약할 수 있다"며 "기획사의 관리 하에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고 사생활이 제약받는 외로운 직업이다 보니 그림 등 이를 해소할 돌파구를 찾거나 우울감이 지속되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샤이니의 종현이 사망하면서 가요계가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종현이 디어클라우드 멤버 나인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개된 유서에서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고 마음의 병을 토로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10대부터 평가와 경쟁에 내몰리며 기획사의 철저한 관리 하에 활동 중이고,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양산될 정도로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육성 시스템의 문제점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 기획사 관리하에 거대 자본 투입해 육성…연습생부터 성공까지 경쟁 또 경쟁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가요 시장이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여느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체계입니다.
보통 해외 팝 시장에서는 탁월한 재능이 있는 '원석'을 발굴해 데뷔시키는 것과 달리, 국내 기획사들은 오디션을 거쳐 뽑힌 연습생을 수년에 걸쳐 노래와 춤, 연기, 언어 등을 트레이닝하고 그 안에서의 경쟁을 통해 해외에서도 통할 팀을 조합한 뒤 음악 시장에 첫선을 보입니다.
연습생들은 매월 성취도를 평가받은 끝에 데뷔조에 뽑히고, 팀워크와 바쁜 스케줄의 기동력을 위해 대부분 숙소 생활을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숙소에서 다수의 멤버와 부대끼게 대고 기획사의 관리에 놓이면서 사생활은 거의 없게 됩니다.
한 마디로 이 시스템은 기획사가 기획해 수년에 걸쳐 가수를 육성하고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과거에는 5인조 이상의 한 팀이 데뷔하기까지 레슨비, 숙소비, 앨범과 뮤직비디오 제작비, 마케팅비 등을 합해 평균 15억~20억원의 비용이 투입됐지만, 현재는 기획사마다 편차가 있더라도 많게는 30억~50억원까지 들어간다는 것이 가요계의 설명입니다. 시간과 큰 자본이 투입되다 보니 성공과 인기 유지를 위해 이미지에 금이 가지 않도록 회사나 가수 모두에게 엄격한 관리가 요구됩니다.
해외 언론에서는 한국의 이러한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1년 샤이니를 비롯한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SM타운' 합동 공연을 열었을 당시 현지 유력지 르몽드는 "음악을 수출품으로 만든 제작사의 기획으로 길러진 소년과 소녀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도 종현의 사망 보도에서 한국 유명인들이 악명 높은 중압감에 시달린다면서 "한국에서 가수들은 소속사의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을 보유한 한 기획사 대표는 19일 "표준계약서 도입으로 가수들의 권리와 자율성에 대한 보장은 확대됐지만, 가수나 회사가 오랜 시간 하나의 목표로 뛰었기에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도록 늘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16년 경력의 한 아이돌 기획사 본부장도 "그룹이다 보니 멤버 개인의 음악 취향보다는 기획사가 추구하는 팀 컬러나 음악적인 방향에 맞게 멤버들을 조합하게 된다"며 "아이돌 그룹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이전보다 완성형 아이돌 그룹을 선보이려 하니 회사나 가수들의 압박감이 더 커졌다"고 언급했습니다.
◇ 성공 강박·사생활 노출과 미래 불안감…기획사들 "심리상담과 병원치료 병행"
운 좋게 데뷔란 꿈을 이루더라도 아이돌 가수들은 성공에 대한 강박, 사생활 노출과 익명성을 무기로 한 '악플'(악성 댓글)의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또 다른 압박감에 놓입니다.
가요계에서 20년간 종사한 한 관계자는 "성공할수록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고, 과도한 도덕성을 요구하니 '악플'이 두려워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며 "샤이니급 정도의 글로벌 스타가 될수록 개인으로서 숨을 쉬고 성취감도 누릴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관계자는 이어 "또 아이돌 가수는 수명이 있으니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란 막연한 불안감에도 놓인다"며 "KBS 2TV '더유닛' 등의 아이돌 프로그램에서 보듯이 인기가 없으면 없는 데로 우울하고 잘 돼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종현은 심리적인 불안의 에너지가 강했던 탓인지 사실 그 어떤 아이돌 가수보다 작사·작곡에 열을 올리며 음악에 전념했고, 라디오 DJ를 맡고, 책도 쓰는 등 활동을 열심히 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이돌 가수들의 심리적인 문제는 지난 수년간 지적됐고 대형 기획사들은 아이돌 가수를 위한 심리 상담을 교육 프로그램에 넣는 등 관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신인 아이돌 그룹이 있는 한 기획사 홍보팀장은 "요즘은 심리 상담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기획사도 가수가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할 경우 병원 치료를 권하고 있어 실제 병원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팀을 보유한 기획사 홍보이사 역시 "심리적인 고충을 토로하거나 이상징후가 보일 경우 상담사나 전문의에게 치료받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6월 걸그룹 AOA를 탈퇴한 멤버 초아는 "불면증과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약도 먹어보고 2년 전부터 스케줄을 점점 줄여왔지만, 피곤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결국 모든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고 토로했습니다.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빅뱅 탑의 변호인도 공판에서 "최승현(탑의 본명) 씨가 평소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 왔는데 입대를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고 충동적으로 범행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걸그룹 EXID의 하니는 한 케이블 예능에서 "EXID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서 연습생 시절 친구들과 경쟁해야 했던 현실을 언급하고는 "심리 상담사가 돼 아이돌 연습생들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최병하 여주 세민병원 과장은 "어린 나이부터 연습생 생활을 한 아이돌 가수들은 인간의 발달 단계 중 청소년기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며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얻어지는 성숙 단계에서 동떨어져 성인이 되어 심리적인 부분에서 취약할 수 있다"며 "기획사의 관리 하에 과도한 일정을 소화하고 사생활이 제약받는 외로운 직업이다 보니 그림 등 이를 해소할 돌파구를 찾거나 우울감이 지속되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