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채원 한국투자밸류 대표 "대형株 장세서 펀드 부진…내년 가치투자 명가 재건"
입력 2017-12-18 17:35 
"가치투자의 명가를 재건하고 투자자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운용사로 이끌겠습니다."
한국 가치투자 1세대로 불리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신임 대표(사진)의 취임 전 각오다. 최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 자리에 공식 내정된 그는 내년 1월 1일을 기해 대표 자리에 취임한다. 그는 "최근 펀드 수익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라는 중책을 맡게 돼 부담스럽다"라며 "더 잘 하라는 의미로 알고 초심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고전했던 이유는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코스피 대형주 위주 장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20% 넘게 올랐지만 회사 간판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 연초 대비 수익률은 3.5% 안팎에 그치고 있다. 우량 중소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짜인 상황에서 바구니에 담은 기업 주가가 크게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IT와 바이오 열풍이 한 단계 지나간 이후 현 시장에서는 딱히 주도주로 칭할 만한 업종이 보이지 않는다"며 "내년에는 개별 종목 위주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고, 기업이 본질 가치 대비 얼마나 싸게 거래됐는지를 평가받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는 2010년까지 자동차·화학·정유주 위주로 펼쳐졌던 '차화정' 장세에서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하다가 2011년 이후 3년 연속 시장을 크게 뛰어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 신임 대표는 "장이 안 좋을 때 미리 준비를 해놔야 중소형주 장세가 본격 닥칠 때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올해는 내년에 알토란 같은 수익을 내기 위해 착실히 준비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올해 환매 기조가 강하더라도 더 중요한 주식을 팔지 않는 대신, 덜 중요한 주식을 미리 파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해놔야 내년 이후 수익률이 본격 상승 그래프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외됐던 이마트, 신세계 등 주가가 연일 상승랠리를 타는 걸 볼 때 시장이 내수·소비재 위주로 오르려는 흐름이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1988년 동원증권에 입사한 그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가치투자를 선보인 업계 1세대다. 1998년 국내 최초로 '가치투자' 개념을 적용한 '동원밸류이채원펀드 1호'가 빛을 보지 못하고 청산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후 절치부심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1등 펀드를 두루 내놨다. 2006년 자신이 이끌던 자산운용본부 직원들과 함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차린 이후 내놓은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는 최근 수익률 악화에도 불구하고 10년간 1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그는 "어떻게 벌지보다 어떻게 잃지 않을지를 고민하는 투자를 해왔다"며 "유행을 따라 베팅하는 '모멘텀 투자'는 내 철학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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